[취재일기] 현대차, 베이징 노조와 울산 노조 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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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北京) 국제공항 인근의 순이(順義) 지역에 위치한 베이징현대차 생산라인은 요즘 활기가 넘친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동차 수요가 줄었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2002년 12월 가동을 시작한 제1공장과 지난해 4월 생산에 들어간 2공장을 합쳐 5000여 명의 생산직 근로자는 잔업 근무 3시간을 포함해 하루 11시간 2교대 근무를 할 정도다. 판매량은 1월에 17% 늘어난 데 이어 지난달에는 무려 72.2%나 증가했다.

표정 관리가 필요할 정도로 이 회사가 순항하고 있는 데는 중국 정부가 자동차를 10대 육성산업에 포함시켜 지원하고 있는 정책 덕을 본 게 사실이다. 배기량 1600㏄ 이하 차량에 물리던 구입세를 절반으로 낮춰 주면서 중소형 모델이 주력인 베이징현대차의 수요가 늘어났다. 휘발유 소매가격 인하 정책도 자가용 구매욕구를 자극했다. 그러나 정부 지원책만으로 베이징현대차의 선전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같은 기간에 판매량이 줄어든 경쟁 업체도 있는 반면 베이징현대차의 2월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9%에서 7.1%로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노재만(사장) 총경리는 “시장 수요 변화에 따라 신속하게 생산 차종과 대수를 조정할 수 없었다면 절호의 기회를 놓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차를 많이 팔아야 회사가 잘되고 근로자에게도 이롭다’며 유연한 생산 시스템 구축에 협력해 준 노조가 숨은 공신”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복합 생산 시스템에 따라 한 시간에 아반떼 4대, 엑센트 4대, 투싼 2대를 생산해 오다 아반떼 수요가 갑자기 늘어나자 베이징현대차는 전체 생산 대수(10대)를 유지하면서 아반떼 생산 대수를 대폭 늘렸다. 생산라인 관계자는 “한국 공장은 시간당 생산 대수가 노사 합의에 묶여 있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적기에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현대차는 근무 시간도 변형된 2교대 근무가 가능하도록 유연하다. 그래서 자동차 업체의 생산성 지표인 HPV(한 대 생산에 투입되는 총작업 시간)도 베이징현대차가 한국 현대차보다 월등히 높다고 한다.

베이징현대차 관계자는 “기술 숙련도와 품질 마인드에서는 중국인 근로자가 한국 현대차 근로자보다 못 하지만 윈-윈하는 노사 관계가 우리의 최대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장세정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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