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살려 ‘일’ 만드는 미 실직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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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실직한 김에 어릴 적 꿈을 이뤄보자’. 경제위기로 일자리를 잃은 미국인 중 상당수가 종전과 같은 분야 대신 옛날부터 원해 왔던 일을 과감하게 새로 시작하고 있다고 CNN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기 기술자에서 미장원 원장으로, 뉴욕 월가 금융인에서 시계방 주인으로 변신하는 경우를 미 전역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고학력이 필요한 직종에서 일했던 실업자가 대량으로 쏟아지면서 전문직 일자리를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진 까닭이다.

이 방송이 소개한 제니퍼 잭슨이라는 30대 후반 여성 전기 기술자는 그간 모토로라·AT&T 등 미국 굴지의 전자통신회사에서 일해 왔다. 그러나 최근의 경기 침체로 해고당하자 같은 분야에서 일을 찾기 어렵다고 판단, 지난해 가을 시카고에 미장원을 차렸다고 한다. 또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에서 일했던 로라 월더스키라는 여성은 몇 년간 해오던 보석 디자인 취미를 살려 휴스턴에 보석상을 열었다.

CNN은 경기가 어려울 경우 수익을 내기가 만만치 않지만 소규모 사업을 시작하긴 더 쉬워진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인건비·임대료는 물론 광고비까지 적게 들기 때문이다. 많은 유명 대기업 중 상당수가 불경기 때 창업해 성공했다.

세계 최대 생활용품 회사인 프록터 앤드 갬블(P&G)은 1837년 경기 침체 때, 세계 굴지의 우편물 배송회사인 페덱스(Fedex)는 1973년 오일쇼크 때 세워졌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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