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3社 가상 스튜디오 경쟁 열기…대선 개표방송 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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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15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KBS.MBC.SBS 3사의 첨단 가상 스튜디오 기술개발 경쟁이 뜨겁다.

3사의 경쟁은 선거 방송에서 첨단 기술을 선보이는 것이 밤새 진행될 개표방송에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붙들고 또 회사의 이미지를 높인다는 판단에 따른 것. 3사는 지금까지도 선거방송에서 각종 컴퓨터 그래픽 기법을 도입하는 등 기술 경쟁을 벌여왔다.

가상 스튜디오란 컴퓨터가 만들어낸 배경 그림을 진행자의 모습과 합쳐 시청자들이 마치 진행자가 세트속에 서 있는 것처럼 느끼도록 하는 기술이다.

실제 스튜디오에는 진행자뒤에 벽만 서 있다.

가상 스튜디오는 일기예보에서 구름 사진을 보여줄 때 사용되는 단순 화면합성과는 다르다.

일기예보에서는 날씨를 설명하는 도중 카메라가 기상캐스터의 모습을 더 크게 잡더라도 구름사진의 크기는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가상스튜디오에서는 카메라가 진행자를 두배 크게 잡으면 배경 화면도 두배로 커진다.

또 카메라가 움직여 진행자의 옆모습을 비추면 배경도 카메라의 위치에서 보이는 모습으로 바뀐다.

컴퓨터가 카메라의 각도나 움직임을 읽어 들인 뒤 그에 맞는 3차원 배경화면을 즉각 만들어 진행자의 모습과 합성해주는 것이다.

배경화면 뿐 아니라 탁자나 선거 상황판 등의 소도구도 실제 있는 것처럼 만들 수 있다.

가상 스튜디오 기술은 지난해 4월 총선에서 SBS와 MBC가 선보인 바 있다.

당시 SBS는 총선 결과를 설명하는 중심 스튜디오 자체를 가상 스튜디오로 만들어 개표방송을 진행했다.

MBC는 진행자가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국회의사당 안을 거닐며 투표 결과에 따른 정당별 의석분포 등을 설명했다.

방송사들은 경쟁 상황임을 고려해 이번 대선에서 가상 스튜디오가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발표를 꺼린다.

그러나 지역별 득표 상황판을 그래픽으로 만들어 세우고 진행자가 이를 건드리면 판이 돌아가며 득표수가 나타나는 방식은 3사 모두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스튜디오에서 진행자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건드리지만 컴퓨터가 이에 맞춰 판이 뒤집히는 모습을 내보내는 것. MBC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KIST) 과 공동으로 대선방송에 필요한 가상 스튜디오 운영기술을 개발중이며 이달 안으로 시험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SBS는 지난해 총선때처럼 이스라엘로부터 장비를 빌려와 대선 방송에 사용할 계획. 대선보도 책임자인 김장년보도제작국장은 "최소한 대선 2달전 장비를 빌려와 충분한 선거방송 준비기간을 갖겠다" 고 밝혔다.

KBS도 자체 개발팀을 구성해 최근 대선후보 여론조사 발표에서 이 기술을 처음 사용했다.

해외에서 95년 상용화된 '가상 스튜디오' 는 현재 미국.일본등 선진국에서도 선거나 일기예보둥의 일부 프로그램에서만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이 기술이 보다 발달하면 드라마의 세트까지도 완전히 없어지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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