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독서계 '이집트 열풍'…크리스티앙 '검은 파라오'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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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람세스' 의 작가 크리스티앙 자크가 다시 '나일강변' 으로 돌아왔다.

올해 초 세계적으로 이집트 열풍을 불러온 소설 '람세스' 를 완간한 이후 스위스에 머물러오던 그가 지난 1일 신작 '검은 파라오' (로베르 라퐁刊) 로 파리문단에 돌아오자 과연 이번 가을에도 이집트 열기가 지속될 것인가에 출판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은 파라오' 는 람세스2세 사후 5백년 뒤인 기원전 8세기를 배경으로 하는 장편소설. 고대이집트에 번영과 평화를 가져다준 신왕국시대가 끝나고 이집트는 6명의 왕이 난립하는 분열과 혼란의 시기로 접어든다.

제25왕조의 파라오 '피안키' 는 람세스2세와는 대조적인 인물. 스스로를 태양으로 자처할만큼 람세스2세가 위대한 독재자적 기질을 타고났다면 피안키는 밤하늘의 달에 비유될 자상한 백성의 왕. 전자가 역사에 찬란한 대제국을 건설할 영웅의 운명을 부여받았음에 반해 후자는 몰락해가는 왕조를 짊어져야하는 숙명이 점지된 비장한 인물. 거울같이 빈짝이던 람세스의 나일강은 북부의 리비아인등 끊임없는 외적의 침입으로 핏빛으로 변하고 소설 '검은 파라오' 는 초반부터 어둡기 그지없다.

그러나 작가의 관심은 승리가 아니라 인간에 있다.

클레오파트라에 버금가는 절세의 미인인 아빌레왕비에 대한 피안키의 지극한 사랑과 조국 이집트를 구하기 위해 혼연일체가 되어 싸우는 왕과 백성의 감동적인 스토리는 위대한 역사는 한 사람의 위대한 영웅이 아니라 수많은 작은 영웅들이 이뤄낸 집합체라는 작가의 의도를 실감케 한다.

본래 이집트 역사학자로 87년 이래 '이집트의 심판관' . '태양여왕' . '투탕카멘 사건' 등 이집트를 소재로한 소설만 써온 자크는 '람세스' 로 프랑스에서만 2백50만부가 팔려나가는 이변을 낳았다.

최근 파리의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작가에게 이집트는 무한한 약속의 땅" 이라고 밝혀 앞으로도 이집트를 주제로한 소설에 전념할 것임을 시사했다.

최성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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