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브랜드 ‘맥’이 한정품으로 선보인 ‘헬로 키티 컬렉션’. 오른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립스틱·립 컨디셔너·네일 락커. 모든 상품이 매진된 매장도 많다. 맥 측은 조만간 ‘쿠튀르 키티’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맥 제공]
27일 오전 10시 서울 노원구 롯데백화점 노원점 앞. 개점 시각이 30분이나 남았지만 고객 30~40명이 닫힌 셔터 앞에 몰려 있었다. 대기표를 움켜 쥔 이들의 시선은 모두 셔터 너머 한 화장품 매장을 향하고 있었다. 최근 일본의 산리오와 계약을 체결, 한정품으로 ‘헬로 키티 컬렉션’을 선보인 맥 매장이다.
“저는 오전 9시에 와서 41번 대기표를 받았어요. 1번 받은 분은 오전 4시 조금 넘어서 왔다고 하더라고요”
남자친구와 함께 줄을 서 있던 대학생 전수용(26·여)씨가 말했다.
올해 34세 된 입 없는 분홍색 고양이 헬로 키티. ‘그녀’의 위력은 대단했다. 23일부터 27일까지 5일간 전국 30개의 맥 매장에서 첫선을 보였는데, 하루 만에 매진되는 매장이 속출했다. 립 컨디셔너 같은 인기 아이템은 개시 10분도 안 돼 동이 났다. 대기표를 준비하지 않은 몇몇 백화점에선 매장에 먼저 도착하기 위해 고객들이 달리기 시합을 펼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한 포털 사이트의 뷰티 커뮤니티에서는 ‘키티의 난’ ‘키티대란’ ‘롯본대첩(롯데 백화점 본점에서 일어난 큰 전쟁)’이라는 말이 돌기도 했다. 맥 측은 “10대, 20대 초반은 물론 30~40대 여성들도 키티를 손에 넣기 위해 긴 행렬에 참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도 20대 딸과 함께 줄을 선 중년 여성 몇 명을 볼 수 있었다. 덕분에 맥은 10년 전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사상 최고의 월 매출액을 예상하고 있다.
“늘 소녀이고 싶은 여성들의 바람 때문 아닐까요?”
회사원 김민채(26·여)씨는 키티에 열광하는 자신의 마음을 이렇게 설명했다. 한 장 한 장 잘도 떨어져 나가는 달력을 보며 아쉬워하는 여성들이 소녀적 감성을 일깨우는 캐릭터 제품에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다는 것이다.
키티뿐만이 아니다. 국내 수제화 브랜드 세라는 마텔사와 손잡고 ‘바비’를 모티브로 한 구두 라인을, 일본 패션 브랜드 폴리폴리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영감을 얻은 가방과 액세서리를 각각 출시했다. 나이 많은 언니들의 여린 감상을 자극하는 ‘소녀 마케팅’, 과연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을까.
송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