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모임]아침운동 할머니 20명 모임 '마실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8일 오전6시 송파구거여동 영풍공원. 아직 어스름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의 공기를 셔틀콕 십여개가 휙휙 가르고 있다.

한편에선 기공체조를 하는 모습도 보이고 또 몇명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주변의 휴지를 줍고 있다.

7년전부터 매일 오전6~7시면 어김없이 모이는 20여명은 모두 한 동네에 사는 70을 넘긴 할머니들. 유일한 60대인 이복희 (65) 씨가 막내대접을 받을 정도다.

하지만 어찌나 운동을 열심히 하는지 모두들 20년 이상 젊어 보인다.

축구공 차기, 농구공 갖고 자유투 던지기등도 주요 운동종목 (?) 중 하나. 최홍순 (83) 씨는 "내가 80대로 보이냐" 며 반문한다.

그저 매일 모여 배드민턴 치며 친목을 도모하던 이들은 지난해 4월부터 '뭔가 보람있는 일을 하자' 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고 '마실방' 이란 정식 명칭을 정한뒤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우선 한달에 두번씩 양평 '은혜의 집' 이라는 중증 정박아시설을 방문, 목욕도 시켜주고 음식도 먹여주며 말벗도 돼주는 봉사활동에 나섰다.

또한 곤지암에 조그만 노인 주말농장을 차려놓고 고구마.참깨.콩등을 공동경작,땀흘리며 일궈낸 수확을 자랑스레 집에 가져가고 있다.

지난 4월부터는 북한 동포를 돕기 위한 '깡통줍기' 를 시작했다.

동네방네에서 틈틈이 모은 깡통을 아침마다 수거해 기금을 조성하고 있다.

리어커 하나 가득 모아봐야 겨우 3천원을 받을까 말까할 정도지만 할머니들의 정성이 알알이 모여 현재까지 13만원을 모았다.

토요일 점심 죽먹기를 통해 남는 돈도 기금에 보탠 결과다.

박이지 (78) 씨는 "동네 깨끗해져 좋고 푼돈을 모으다보면 언젠가 목돈될 날이 오지 않겠느냐" 며 "이렇게 보람있는 일을 하며 노후를 보낼 수 있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며 소녀처럼 활짝 웃는다.

박신홍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