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機 참사]유족들 시신 확인후 실신,훈센총리 영안실 지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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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5일 오후 프놈펜 칼메트병원의 강당을 개조해 만든 임시 영안실은 한국에서 날아온 베트남기 추락사고 유가족들의 애끓는 오열로 뒤덮였다.

시신부패방지를 위해 뿌린 포르말린 냄새가 코를 찌르는 가운데 가족의 신원을 확인한 유족들은 시신을 부둥켜 안고 대성통곡했다.

…40여명의 유가족들은 이날 오후3시30분쯤 교민들의 안내로 영안실 앞에 차려진 분향소에서 단체로 이번 베트남항공기 추락사고로 숨진 고인들의 명복을 빈뒤 대기소에서 기다리다 호명을 받고 영안실로 들어가 시신을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작업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가족의 사망여부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초조히 호명을 기다리던 유가족들은 막상 영안실에 들어가 시신을 확인하고 나올때는 너무나 격한 슬픔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실신했다.

사망한 김성철씨의 부인 이정숙씨는 현장에서 쓰러져 5분여의 응급조치에도 불구하고 깨어나지 못해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또 다른 희생자인 서광수씨의 부인도 한동안 "이제 어떻게 하나" 만 외치며 발을 동동 구르다 실신.

…하얀 천에 뒤덮인 희생자의 시신들은 다급하게 방부처리를 했지만 염습을 제대로 하지 못해 신체 곳곳이 손상된 상태로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눕혀져 있어 유가족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특히 폭염속에서도 냉방기가 없어 방치된 시신들중 일부는 부패하기 시작해 10여평 남짓한 영안실은 악취가 진동했다.

…이번 사고수습과정에서 캄보디아 정부는 한국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을 펼치고 있어 눈길. 사고당일인 3일 밤 훈 센 총리가 직접 영안실 설치를 진두지휘해 한국인들의 시신을 한곳에 모으게 도왔고 유가족들이 도착한 5일 오후에는 경찰차를 동원해 포첸통 공항부터 영안실이 있는 칼메트병원까지 호송. …정부합동지원단의 일원으로 이날 오후 프놈펜에 도착한 국과수 법의학부장 강신몽 (姜信夢) 박사는 "이번 사고 희생자에 대한 캄보디아 정부 당국의 관리는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가까워 서로 다른 국적의 희생자들 시신이 뒤바뀔 우려가 있다" 고 우려를 표시. 姜박사는 "지난달 괌에서 발생한 대한항공기 추락사고때는 미국정부가 신원확인작업을 워낙 철저하게 하는 바람에 유가족들과 마찰을 빚었으나 이번에는 현지 정부의 통제가 전혀 없어 대조적" 이라고 밝혔다.

…숨진 박광작 (朴光作) 씨의 동생 광영 (光榮.25) 씨는 현지신문에 난 기사를 취재진에 보여주며 "이번 사고기는 지난 94년 11월 포첸통 공항에서 사고를 냈던 바로 그 비행기다.

이번 사고 원인중에 기체결함이 큰 부분을 차지할 것" 이라고 주장.

…5일 오전에 열린 국립캄보디아의대 97학년도 졸업식은 이번 추락사고로 사망한 원광대의대 동창회장 김봉석 (金奉奭) 씨등을 애도하는 영결식장으로 변하고 말았다.

훈 센 총리는 "캄보디아 보건복지를 위해 노력해온 원광대 의료단의 숭고한 정신이 캄보디아인들의 마음속에 길이 살아 있을 것" 이라고 침통해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따 훈 센 빌딩으로 명명키로 했던 전문의 양성을 위한 3층짜리 신축 강의용 건물을 이날부터 '한국우정관' 으로 명명한다고 선포. 프놈펜 =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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