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 '진기한' 기록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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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중간계투 요원이 투수 3개 부문을 석권할 수 있을까' .

무명의 중간계투 요원이었던 김현욱 (쌍방울) 이 이에 대한 가능성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오랜 무명생할과 소속팀 삼성으로부터의 방출이라는 시련을 딛고 일어선 김은 3일 한화전에서 구원에 성공, 다승.방어율.승률부문 1위에 오르며 또하나의 '신데렐라 스토리' 를 완성시키고 있다.

그러나 눈물겨운 성공과정을 접어놓고 생각하면 그의 3개 부문 1위는 한국 프로야구에서만 볼 수 있는 이상한 기록이기도 하다.

그는 아직 단한번도 선발등판한 적이 없는 투수이기 때문이다.

선발로 등판하지 않고도 다승 1위에 오른 것이 신기할 뿐만 아니라 중간계투로만 나서며 규정이닝을 채운 것 또한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16년 역사의 국내 프로야구지만 이처럼 진기한 기록에 관한한 일본과 메이저리그에 뒤지지 않는다.

92년 13승무패로 승률왕에 오른 오봉옥 (당시 삼성) 의 기록은 데뷔이후 연승기록으로만 볼 때 12연승이 기록인 메이저리그를 능가한다.

더욱 신기한 것은 오봉옥의 억센 행운. 지고 있는 상황에서 등판하면 팀이 역전승을 거뒀고,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등판하면 동점을 허용한 뒤 다시 타선의 도움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83년 장명부의 30승도 따져 보면 정상이 아니다.

시즌 경기수가 1백경기에 불과, 지금처럼 4~5인 선발로테이션을 기준으로 생각할 때 장의 등판수는 최대 25경기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은 그해 60경기에 등판해 36경기 완투, 4백27과 3분의1이닝 투구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남기며 30승을 돌파했다.

85년 윤석환 (OB) 은 5승1패라는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도 25승5패를 거둔 김시진 (삼성) 과 함께 승률 공동1위에 올랐었다.

이때문에 승률 타이틀은 10승 이상이 돼야 한다는 규정이 새로 생기기도 했다.

그밖에 92년 송진우와 96년 구대성 (이상 한화) 이 이룬 다승.구원부문 동시 석권도 미국이나 일본 프로야구 시각으로는 언뜻 이해가 안되는 이상한 사건이었다.

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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