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어민 뺨치는 영어말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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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회 영어말하기 대회 대상 수상자 최민지양이 동생과 영어로 대화하고 있다

(사진) 프리미엄 황정옥기자 ok76@joongang.co.kr

 최민지(11·서울 상명대부속초 5)양은 제14회 대한민국 학생 영어말하기대회에서 5학년 부문 대상을 차지했다. 대화를 나누던 외국인이 “캐나다에서 살다 왔느냐”고 물을 만큼 유창한 실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최양은 해외에 한번도 나간 적이 없다. “어릴적부터 매일 30분이상 영어문장을 듣고 따라 말한 공부가 효과를 봤다”는 최양은 “밤에도 영어 테이프를 들으면서 잠든다”고 말했다.

 YBM GPS의 강안나(39) 원장은 “민지처럼 순수 국내파이면서도 영어실력이 뛰어난 학생이 늘어나는 추세”라며“영어 말하기는 평가요소가 정해져 있는 만큼 노력 여하에 따라 충분히 실력이 향상될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청중을 바라보며 또렷이 말하자
 영어말하기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태도’가 손꼽힌다. 자세를 바르게 하고 듣는 사람과 눈을 맞추는 연습(Eye contact)부터 해야 한다는 얘기다. 강 원장은 “아이들은 영어로 말하면 평소보다 주눅이 들어 몸을 배배 꼬거나 응얼거리기 일쑤”라며 “같은 말도 바로 서서 또박또박 말하면 전혀 다르게 들린다”고 조언했다. 태도가 상당부분 점수로 직결된다는 말이다.

 대회 직전 최양의 어머니는 집안 거실에서 캠코더로 딸이 말하는 모습을 촬영했다. 실제 대회처럼 연설문을 이용해 말하기를 시킨 후 딸이 직접 자신의 모습을 보게 했다. 최양은 “말할 때 눈을 위아래로 굴리고 발을 떠는 습관이 있는 걸 캠코더를 보고 알았다”며 “실제 대회에서는 이런 모습을 고쳐 더 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강 원장은 말하기 연습을 할 때 ‘발·손·눈’ 세 가지에 신경쓰라고 강조했다. 발은 똑바로 땅에 디디고, 손은 가볍게 주먹을 쥐며, 눈은 듣는 상대방을 바라보는 것이다. 강 원장은 “말하는 태도의 문제점은 부모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며“몇 번만 연습하면 금세 익숙해진다”고 말했다.
 
핵심단어를 강조하자
 태도 다음으로 ‘억양’이 중요하다. 강 원장은 “국내에서만 영어를 배운 아이들의 가장 큰 문제는 한국어처럼 영어를 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어는 일부 지방의 사투리를 제외하면 문장 전체가 물 흐르듯이 표현된다. 반면, 영어는 문장중간의 키워드에 억양을 강하게 하지 않으면 아무리 발음이 좋아도 쉽게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를 고치려면 핵심단어를 ‘강조’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먼저 아이에게 준비한 문장을 읽게 한 다음 각 문장의 ‘키워드’가 뭔지 물어본다. 예컨대 “I like apple”이라는 문장을 아이가 읽었다면,“가장 중요한 단어는 뭐라고 생각하지?”라고 질문하는 식이다. 아이가 ‘Apple’이라고 답하면 같은 문장을 다시 읽히면서 그 단어를 힘주어 읽게 한다. 강 원장은 “처음에는 일부러 더 과장되고 크게 강조하도록 유도하라”며 “단어를 생각하면서 말하면 암기한 문장을 나열하는 것 같은 느낌도 막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루 20분씩 큰소리로 따라하자
 ‘발음’은 날마다 꾸준히 연습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최양은 대회 전 일주일간 매일 2시간 이상 연설문 전체를 읽는 연습을 반복했다. 단순히 기계적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 연설문 주제인 태극기의 모양을 떠올리며 생생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최양은 “처음부터 끝까지 막히지 않고 말하면 정확히 1분 50초가 걸렸다”며 “잠잘 때도 입속으로 연설문의 내용을 중얼거리면서 잠들었다”고 말했다. 발음연습 때 가장 중점을 둘 부분은 ‘연음’이다. 문장별, 숙어별, 구와 절별로 이어서 읽는 연습을 반복해야 한다. 강 원장은 “한 단어만 발음하라고 하면 누구나 잘 한다.”며 “원어민이 한 문장 전체를 어떻게 발음하는지 여러 번 듣고 그대로 흉내 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하루에 20분씩 원어민이 말하는 영어를 듣고 그대로 따라해 본다. 처음엔 대본을 보면서 발음을 듣고, 두번째는 대본없이 발음에만 유의해 듣는다. 마지막으로 대본을 보지 않고 원어민이 말하는 속도에 맞춰 함께 따라한다.


프리미엄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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