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부산 자갈치 시장 현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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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부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중 하나가 자갈치시장일 것이다.

허름한 건물에 들어선 수백개의 횟집과 생선가게, 그리고 길가에 늘어선 무허가노점상들…. 그래도 부산에 들르면 한번쯤 찾게 되는 낭만의 장소. 이런 자갈치시장이 새로 태어난다.

우중충한 현건물이 없어지고 대신 3년간의 공사를 거쳐 2000년말까지 현대식 건물로 탈바꿈한다.

시장상인들로 구성된 부산어패류처리조합은 최근 중소기업청이 자갈치시장을 재개발사업 대상으로 선정함에 따라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우선 설계 현상공모를 냈으며 인.허가 절차등을 거쳐 내년 가을께 기존건물을 부수고 신축공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총 공사비는 3백억원. 조합측은 공사가 진행되는 3년여 동안 동쪽 항만매립지에 임시시장을 마련해 이곳을 찾는 손님을 맞을 계획이다.

시장 주변에 있는 4백여군데의 어패류 노점, 그리고 곰장어구이등으로 행인의 발길을 끄는 50여개 포장마차중 상당수의 이전.흡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승재 조합장은 "지금은 화장실도 없어 손님들이 불편을 겪고 있으며 위생에도 다소 불만이 있었다" 면서 "이곳을 명실상부한 부산의 최대 관광명소로 꾸미기 위해 전시장.수세식화장실.대형 주차시설.관광안내소등을 갖출 예정" 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새 시장건물에는 용두산 산신과 자갈치 용왕신의 만남을 형상화해 명소로서의 이미지를 높이도록 하겠다" 고 덧붙였다.

재개발사업 내용을 보면 바다를 지금보다 20m폭을 더 매립해 부지를 2배 정도 (현 8백평→1천7백평) 로 늘리고 이곳에 지하 2층 지상 5층 연면적 8천평 규모의 현대식 건물을 짓는다는 것. 지하 1, 2층은 거의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지상 1, 2층에는 생선.어패류 가게나 횟집등을 배치한다는 것이 조합측 계획이다.

지역상인들이 자갈치시장을 재개발키로 한 것은 70년 만들어진 현건물이 해풍과 염분등으로 낡은 데다 주차장.화장실등 편의시설이 없어 고객들의 발길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최대의 활어시장으로 손꼽히는 자갈치시장이 형성된 것은 해방 직후. 연락선으로 귀국한 해외동포들이 남항 (南港)에 인접한 바닷가에서 생선노점을 시작한 것이 효시고 그후 피난민이 대거 부산으로 몰리면서 시장이 확대됐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바닷가 자갈밭에 천막을 친 정도의 가설시장이었다.

자갈치시장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며 '자갈치 아지매' 라는 말도 여기서부터 비롯됐다.

69년 항만이 매립되면서 현재의 시장건물이 신축돼 지금에 이르렀다.

현건물 1층에는 활어.생선.전복등을 파는 3백80개 점포가, 2층에는 1백여개의 회센터가 들어서 있다.

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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