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진 팔 부러지고 서갑원 허리 다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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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을 점거한 한나라당 의원들과 항의하러 온 민주당 의원·당직자들이 몸싸움을 벌였다.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은 민주당 당직자에게 목이 졸리고 있고(左), 민주당 서갑원 원내수석부대표는 몸싸움 중 밀려 넘어지고 있다. [김상선 기자], [연합뉴스]


이날 오후 7시30분쯤 한나라당은 ‘쟁점 법안의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촉구하며 로텐더홀 연좌 농성에 돌입했다. 농성이 시작되자 민주당 관계자 수십 명이 몰려들어 농성 해제를 요구하면서 분위기가 격해졌다. 이에 차 의원이 뛰쳐나와 항의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일어났다. 차 의원은 한 당직자로부터 팔이 꺾이고 목이 졸리는 와중에 부상했다. 그는 곧 인근 병원으로 후송돼 오른쪽 팔 골절 진단을 받았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사진 채증을 통해 가해자의 얼굴을 확인했고, 국회 사무총장에게 범인을 찾아 구속 수사토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오후 8시20분쯤엔 농성장을 찾은 원혜영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 10여 명과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 언쟁이 벌어졌다. 서갑원 의원이 “부끄러운 줄 알라”며 언성을 높이자 한나라당 조원진 의원이 서 의원을 밀치면서 서 의원이 사진 촬영용 사다리에 허리를 부딪치며 넘어졌다. 허리 통증을 호소한 서 의원은 119 구급대를 통해 근처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가영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3·1절 국회 또 충돌 … 한나라당, 본회의장으로 통하는 로텐더홀 점거
민주당 보좌관들 “한나라 의원 끌어내라” 욕설

점거와 충돌, 폭력. 3·1절 국회의 자화상이었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이날 오전 “직권상정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의 긴장도는 높아졌다. 2일 본회의를 앞두고 한나라당은 ‘실력 처리’를, 민주당은 ‘실력 저지’를 염두에 둔 도상 연습을 했다. 한나라당에선 “제압하겠다”(홍준표 원내대표)는 호언이 나왔다. 민주당도 “정 안 되면 유리창을 깨고 들어간다”(김유정 대변인)는 각오를 다졌다.

오후 3시 민주당 보좌진 200여 명이 경위들과 몸싸움 끝에 출입 통제선을 뚫고 본관에 진입하면서 상황은 또 달라졌다. 민주당의 저지 인력이 크게 는 셈이었기 때문이다. 의원들끼리의 갈등에서 의원과 보좌진의 싸움으로 바뀌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임시국회 때처럼 국회 본관의 민주당 사무실 곳곳으로 흩어졌다. 일부는 등산복·등산화 등 간편한 차림으로 장기전에 대비한 모습이었다. 몇몇은 민주당 사무실로 통하는 복도에서 경계를 섰다.

오후 7시30분엔 한나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으로 통하는 로텐더홀을 점거했다. 박희태 대표와 정몽준·허태열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도 참가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민주당 보좌진이) 1월 때처럼 폭력을 행사하고 한밤에 로텐더홀을 점거하기 위해 불법 잠입했다”며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우리가) 김 의장이 직권상정할 때까지 여기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첫 로텐더홀 농성이다.

이후엔 곳곳에서 충돌이 벌어졌다. 지난해 12월 국회 때와 정반대 상황이 되자 민주당 당직자와 보좌진 50여 명이 욕설과 함께 “한나라당 의원들도 끌어내”라고 소리쳤다.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이 “응징하겠다”고 맞서다가 오히려 이들에게 에워싸이면서 물리적 충돌이 일어났다. 차 의원이 급기야 민주당 인사에게 목이 졸리고 계단에서 넘어지는 일까지 벌어졌다. 결국 차 의원은 의사 출신인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으로부터 응급 치료를 받고 병원으로 후송됐다.

오후 8시20분쯤 민주당 원내대표 일행 10여 명이 로텐더홀에 항의 방문했다.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 등이 “차 의원을 폭행한 폭력 정당 민주당은 각성하라”고 외치자 서갑원 원내수석부대표가 “국민에게 부끄러운 줄 알라”고 반박하면서 의원들끼리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 조원진 의원이 서 수석부대표를 밀어 넘어뜨렸다. 서 수석부대표는 이후 허리 통증을 호소, 다시 앰뷸런스에 실려 갔다.

크고 작은 충돌이 이어지자 한나라당 당직자들이 노끈으로 저지선을 쳤다. 그러자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이 이를 막겠다며 한 당직자의 멱살을 잡았다. 분위기가 계속 험악해지자 오후 8시30분 육동인 국회 공보관이 “청사에 불법 진입한 사람들은 오후 9시까지 자진 퇴거하라. 응하지 않을 경우 의법 조치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은 오후 9시 여야 대표 회담에서도 거론됐다. 박희태 대표가 차 의원이 목이 졸린 사진을 보여 주며 “사람들을 왜 패는 거냐”고 항의했다. 그러자 배석했던 민주당 박병석 정책위의장이 “서 수석부대표가 조원진 의원에게 폭행당해 119에 실려 갔다”고 받아쳤다.

고정애·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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