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돈높이 … 맞춤형 펀드가 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수익률 높은 몇몇 인기 펀드에 ‘묻지마 투자’를 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젠 금융투자회사가 투자자의 직업과 나이, 은퇴 시기, 자금의 용도까지 꼼꼼히 따져 자산을 관리하는 맞춤 자산관리 시대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금융투자회사에 고객 파악 의무(Khow-your-customer-rule)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하나대투증권은 1일 펀드리서치 보고서에서 “자본시장법 시대엔 하나의 펀드로 자산관리를 해결하는 ‘맞춤형 펀드’에 금융투자회사와 투자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자 맞춤형 펀드 중 가장 인기를 끄는 건 ‘어린이 펀드’다. 올 들어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가운데도 ‘미래에셋우리아이3억만들기주식G1’이나 ‘농협CA아이사랑적립주식1’ 같은 어린이 펀드의 설정액은 꾸준히 늘었다. 각 운용사는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운용보고서를 발송하고, 방학 중 경제캠프를 진행하는 등 어린이 고객을 위한 혜택도 늘리는 추세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조민경 과장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리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주로 저평가된 대형 가치주 위주로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달 초 출시된 ‘현대와이즈하이비젼주식’ 펀드는 신규 주식형펀드 중 드물게 37억원의 수탁고를 올렸다. 이 상품은 하나의 펀드로 다양한 투자 기능을 지닌 고객 맞춤형 상품이다. 목표수익률(15%)을 달성하면 주식형에서 채권형으로 자동 전환돼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한다. 고객 수익을 매월 이자 형태로 지급하는 펀드(칸서스뫼비우스블루칩주식)나 자동차 구입 시 가격할인 혜택을 주는 펀드(삼성H-auto주식종류형1)처럼 여러 기능을 가진 펀드도 있다.

라이프사이클펀드는 가입자의 연령대에 예상 은퇴 시기에 맞춰 운용된다. 젊은 땐 공격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안정적으로 투자하도록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준다. 삼성웰스플랜펀드는 주식투자 비율을 80%, 65%, 50% 등으로 나눠 나이가 들수록 주식 비중이 적은 펀드로 옮겨가게 한다. 삼성투신운용 상품개발팀 김경일 선임은 “라이프사이클펀드는 은퇴 뒤 자금 마련을 위해 10년, 20년 이상 장기 투자하는 상품”이라며 “무조건 높은 수익률을 올리기보다는 생애주기에 적합한 수익을 안정적으로 올리는 걸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교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농협CA학교사랑적립혼합1’이나 바쁜 직장인을 위한 ‘신한BNPP직장인플랜주식재간접자’처럼 특정 고객을 겨냥한 상품도 있다. 아내의 노후자금 마련을 목표로 하는 ‘하나UBS부부사랑주식’ ‘미래에셋아내사랑글로벌이머징주식형자1’도 대표적인 맞춤형 펀드다.

하나대투증권 김대열 펀드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주식형 펀드로 큰 손실을 보면서 자산관리의 중요성이 커졌다”며 “상품명에 걸맞은 부가혜택을 제공하고 일반성장형과 다른 방식으로 운용되는 맞춤형 펀드가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