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이회창대표 회동 어떻게 이뤄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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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 대통령과 이회창 신한국당대표의 2일 청와대 심야회동을 두고 의전 관계자들은 "전례없는 일" 이라고 말한다.

면담시간이나 장소, 만나게 된 경위 모두가 거의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면담 약속도 통상적인 경로를 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李대표는 대구 방문 도중 청와대 의전수석실로 직접 전화를 해 긴급회동을 요청했고 金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金대통령은 이해순 (李海淳) 의전수석으로부터 李대표의 대구 일정 때문에 서울 도착이 늦겠다는 보고를 받고는 관저로 회동장소를 정했다고 한다.

李대표의 이같은 요청은 오전과는 차이가 있는 행동이다.

이날 아침만 해도 신한국당은 당직자회의후 "4일 주례보고때 全.盧 두 전직대통령의 사면을 당초 계획대로 건의하겠다" 고 발표했다.

물론 李대표의 뜻이 반영된 내용이다.

하지만 이날 낮 대통령의 심기와 청와대 분위기를 전해듣고 사태의 심각성을 절감한 것같다.

이날 대통령의 참모들을 설득해보기 위해 청와대를 찾은 강삼재 (姜三載) 사무총장이 李대표에게 청와대의 '냉랭한' 기류를 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뒤이어 李대표측의 움직임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여의도 부국증권에서 12인의 참모들이 참석한 긴급대책회의가 소집됐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사태가 예상보다 심각하다" 며 "4일 주례회동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 는 의견들을 주고 받았다고 한다.

참모회의에선 결국 청와대 회동이 시급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자 하순봉 (河舜鳳) 대표비서실장은 이같은 대책회의 결과를 李대표에게 알렸고 곧이어 河실장 본인도 청와대 정무수석실과 교신하며 심야회동 가능성을 타진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과정을 거친 끝에 대구를 방문중인 李대표가 최종적으로 청와대에 전화를 해 이날 심야회동이 성사된 것. 2일 金대통령과 李대표간의 청와대 심야회동은 이처럼 숨가쁜 과정을 밟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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