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노태우씨 '先용서' 밝힌 김대중 속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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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金大中) 국민회의 총재가 全.盧씨 용서론을 제기한 속사정은 뭘까. 그는 2일 당론 확정을 위한 간부회의에서 이례적으로 선 (先) 용서론의 배경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사면설이 대선을 의식한 정쟁거리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난여론이 적잖이 부담이 되는듯 용서와 화해의 정치를 힘주어 말했다.

"사과가 없으니 영원히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은 잘못하면 정치보복이 될 수도 있다" 는 등의 논리를 구사했다.

그는 80년 내란음모사건으로 사형을 언도받고 법정에서 한 최후진술 내용을 소개, "그때 나는 이런 정치적 사건은 권력을 가진 자가 권력을 내놓고 그 행위가 정당하지 않다는 역사적 심판을 받으면 되는 것이지 가해자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고 회상했다.

그러나 이같은 설명은 선사과론을 주장했을 때, 그리고 全.盧씨가 역사적 심판을 받았던 대법원 확정판결 당시에는 왜 묵살됐는지에 대한 설명을 할 수가 없다.

때문에 구구한 배경설명에도 불구하고 '선 용서론' 제기는 여권이 사면을 먼저 제기하는 것을 차단하거나 희석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全씨측과의 '사전 교감설' 을 부인하면서도 오래 전부터 全.盧씨측과 의견교환을 해온 점을 인정했다는 金총재의 발언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다. "

'말이 통하는 사람' 을 내세워 '사과하면 사면.복권에 반대하지 않겠다' 는 뜻을 전했다" 고 金총재가 말한 대목은 全.盧씨측과 여권간의 교류를 사전에 감지해 사면론의 '과실 (果實)' 을 선수치려 했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이 문제로 천용택 (千容宅) 의원과 장세동 (張世東) 씨측이 수차례 접촉을 벌였으며 이종찬 (李鍾贊) 부총재도 비공식 채널을 통해 의사소통을 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일각에서 제기되는 '보수대연합' 에 쐐기를 박음으로써 구여권및 영남권에 대한 '구애 (求愛)' 에 적극 나서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金총재가 全.盧씨에 대한 金대통령의 사면 가능성이 큰 시점에 먼저 이를 공론화함으로써 全.盧씨 주변의 구여권인사들에게 호감을 갖도록 하면서 영입 가능성도 열어둔 다목적 포석일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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