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된 우리’가 경제위기 극복의 新성장동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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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호 20면

독립기념관의 3.1 운동 정신상

3.1절(節)은 명절(名節)이다. 3.1절은 설날ㆍ대보름날ㆍ단옷날ㆍ한가윗날ㆍ동짓날처럼 기쁘고 좋은 날이다. 3.1 만세운동에 참가한 사람들은 마치 미친 듯이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고 기록은 전한다. 우리는 그때 광복의 기쁨을 앞당겨 맛보았다. 3.1운동이 안긴 기쁨의 추억 속에 우리는 광복을 준비했다.

다시, 3.1정신

3.1운동의 기쁨은 온 민족이 하나가 된 기쁨이었다. ‘대한독립 만세’의 함성은 신분ㆍ종교ㆍ남녀ㆍ지역ㆍ연령의 차이를 쓸어냈다. 3.1운동의 정신이야말로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정신을 잊고 있다. 올해는 3.1운동 90주년. 벌써 3세대의 세월이 흘렀다. 새로운 세대 환경에 맞게 3.1운동을 업그레이드할 때가 됐다. 새로운 3.1운동, ‘3.1운동 2.0’으로 3.1운동의 정신을 계승ㆍ발전시키기 위해서는 90년 전 그날을 미시적ㆍ거시적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
3.1운동 속에 새로운 3.1운동의 답이 있다.

3.1운동은 운동이다. 노예제 폐지 운동(19세기), 민권운동(50년대 중반~60년대 중반), 낭만주의 운동(18세기 말~19세기 중반), 여성 참정권 운동(19세기 중반~20세기 초)과 같이 3.1운동은 운동이다. 모든 성공한 운동은 목표를 달성한 후에는 잦아드는 경향이 있다.

3.1운동은 광복이라는 목표를 달성했음에도 아직 끝나지 않은 운동이다. 통일을 완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3.1운동은 계속돼야 한다. 새로운 3.1운동은 통일운동이 돼야 한다.

3.1운동은 혁명으로도 이해해야 한다. 3.1운동의 시발점이 된 독립선언문은 우리가 서구에서 출발한 세계 문명에 동참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했다. 세계 문명에 공헌하기 위해서는 독립이 필요하다는 것이 운동의 명분이기도 했다.

서구 문명의 본질은 무엇인가. 혁명이 그 본질이다. 지리 혁명, 산업 혁명, 정치 혁명, 과학 혁명이 오늘의 세상을 만들었다.
운동은 짧고 혁명은 길다. 3.1운동을 혁명화했을 때 민족의 장구한 미래가 보장된다.
우리는 들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이 말의 경고를 지키지 못해 우리는 분단과 전쟁을 경험했다.

사회가 다원화되자 우리는 “흩어지면 살고 뭉치면 죽는다”는 말도 들었다. 그러나 분열을 다원주의로 정당화하기엔 민족 내부의 마음들이 서로 멀어져 가고 있다. 우리는 최근 김수환 추기경을 잃은 슬픔 속에서도 하나가 되는 기쁨을 누렸다. 하나 됨의 체험이 그만큼 우리에겐 낯선 게 됐다.

우리는 항상 뭉쳐 있으면서도 항상 흩어져 있는 체제가 필요하다. 새로운 3.1운동이 그러한 체제의 추동력이 돼야 한다. 1919년 3.1운동에 이미 그런 실천 모델이 있었다. 천도교ㆍ기독교 지도자들과 학생들은 개별적으로 독립운동 추진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서로의 계획을 알게 된 다음에는 일치단결해 거사를 준비했다. 운동이 시작된 다음에는 천도교와 기독교는 지역에 따라 합동 시위를 벌이기도 하고 혹은 경쟁적으로 운동을 조직하기도 했다.

우리는 3.1운동에서 포용의 정신도 배울 수 있다. 손병희는 이완용까지 운동에 가담시키려고 했다. 작위를 받은 친일파를 가담시키는 게 운동에 더욱 강력한 정당성을 부여한다는 혜안에서였다. 유림과 천주교는 3.1운동에 물론 참가했다. 그러나 민족대표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했다. 새로운 3.1운동은 참가하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하는 운동이 돼야 한다.
3.1운동을 10년 동안 준비한 손병희는 외쳤다. “준비하고 있으면 기회는 반드시 온다.”
준비하고 있지 않으면 기회가 와도 소용없다. 기회는 도둑처럼 다가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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