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북카페] 무엇이 연쇄살인범을 만드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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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인간이라는 야수
토마스 뮐러, 김태희 옮김, 황소자리, 1만 3800원

연쇄살인범 강호순이 검거되자 그를 알고 지내던 이웃사람들은 경악했다. “그렇게 인사성 밝고 친절하던 사람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세계적인 프로파일러(범인유형 분석가)인 저자 토마스 뮐러는 일반인들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범인에 대해 두 가지 오류를 범한다고 설명한다. 첫째는 “아니야, 이 사람은 아니야. 선한 얼굴로 잔디를 깎고, 주말이면 애들과 냇가에서 바비큐를 해 먹던 친절한 이웃이거든”이라며 믿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이런 반응은 얼마 후 “그럴 줄 알았다니까. 이 사람은 항상 뭔가 이상했어”라는 또 다른 오류를 동반한다. 두 번째 오류는 악(惡)이 항상 멀리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자기 주변에 늘 잠재해 있는데도.

오스트리아 태생의 뮐러는 경찰관으로 재직하던 중 인간의 행동유형에 흥미를 느껴 다시 대학에 들어가 심리학을 전공했다. 밤에는 경찰로서 순찰을 돌고, 낮에는 공부에 파고 들었다. 이 시절, 사람은 특정한 규칙에 따라 결정을 내린다는 것, 인간 행위는 욕망을 향해 있다는 것, 행위 자체가 아니라 욕망이 인성을 규정한다는 것을 처음 인식하게 됐다고 한다. 미국 FBI(연방수사국)에서도 연구했고, 범죄심리학의 창시자이자 영화 ‘양들의 침묵’의 실제 모델인 로버트 레슬러를 만나 가르침을 받기도 했다.

이 책은 뮐러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쓴 논픽션이다. 저자는 여자들을 염산이 가득 든 통 속에 넣어 녹여버린 연쇄살인범 루츠 라인슈트롬이 수감된 교도소로 면회를 간다. 라인슈트롬과 마주한 자리에서 그동안 자신이 겪은 실제 사건들과 분석과정을 되짚어보는, 다소 독특한 구성방식을 취했다. ‘CSI 과학수사대’ 같은 흥미진진한 TV 수사물을 연상하면 오산이다. 범죄 자체보다는 그 이면에 담긴 행동심리를 파헤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니체·프로이트·세익스피어의 어록이나 작품도 수시로 인용된다.

노재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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