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교특법 위헌 결정, 부작용 막을 후속 대책 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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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헌법재판소가 그제 교통사고특례법(교특법) 일부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피해자에게 중상해를 입힌 운전자가 종합보험에 가입한 경우 형사처벌 받지 않도록 한 면책규정이 헌법의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헌재 결정이 내려진 26일부터는 운전자가 비록 종합보험에 가입했더라도 피해자에게 중상해를 입혔을 때는 합의를 보지 않는 한 형사처벌을 면할 수 없다. 그간 해당 조항이 교통사고의 신속한 처리 등 공익에 기여한 바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피해자의 사익을 경시하는 위헌 소지가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헌재의 결정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번 결정으로 안전운전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는 성숙한 교통문화가 조성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교통법규를 바꾸는 것은 일상생활의 관행을 바꾸는 일과 같아 이번 헌재 결정에 뒤따를 혼선과 부작용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미한 실수로 인한 전과자 양산이 우려되고 피해자의 무리한 합의금 요구, 종합보험 기피, 경찰 업무 가중 등도 예상되는 부작용으로 꼽힌다. 이번 결정의 효력은 헌재 선고 때부터 즉시 발효되게 돼 있어 일선의 혼란이 클 수밖에 없다. 형사처벌의 기준이 되는 중상해 개념에 대한 헌재의 언급도 추상적이었다. 대검이 어제 위헌 결정에 따른 업무처리 지침을 일선 검찰과 경찰에 내려보냈지만 구체적인 중상해 기준은 내놓지 못했다. 교통사고 처리를 맡은 경찰로선 어느 정도의 부상이 중상해에 해당하는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 대검이 의료계·학계 등의 의견을 수렴해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교통사고 처리 업무의 혼란은 당분간 불가피해 보인다. 개개 사건의 중상해 여부는 결국 검사 기소와 법원 판례를 통해 정리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법무부와 대검은 명확하고 구체적인 중상해 기준과 교통사고 처리에 관한 세부 지침을 비롯,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대비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아울러 갑작스러운 교통법규 변화로 국민이 선의의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대국민 홍보 등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