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달아오른 이창호, 타이다배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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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쓰배 탈락에 분노한 이창호 9단이 4연승으로 질주하며 춘란배 결승 진출에 이어 타이다배까지 거머쥐었다. 바둑 내용도 대마 포살 등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해 마치 분노한 사자의 포효를 보는 듯했다.

2주간의 중국 원정에 나섰던 이9단은 베이징(北京)의 후지쓰배 세계대회 8강전에서 천적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9단에게 패배하며 중도 탈락했다. 지난 10여년간 이창호와 7대7의 호각세를 보여온 요다에게 패배하면서 석불같은 이창호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는 곧바로 이어진 닝보(寧波)의 춘란배에서 2연승을 거두며 결승에 올라 저우허양(周鶴洋)9단과의 결승을 남겨둔 채 다시 타이다배를 위해 텐진(天津)으로 갔다.

한.중.일 대표기사 3명이 대결하는 이 이벤트성 대회에서 이창호는 쿵제(孔杰)7단의 대마를 함몰시키며 불계승한데 이어 요다에겐 대모양 작전으로 맞서 백으로 6집반승을 거두며 우승컵을 따냈다. 이창호는 자극을 받으면 훨씬 강해진다. 그의 전력이 아직 다 드러난 것은 아니라는 증거가 아닐까.

◇하이라이트=이창호의 살(殺)의 바둑

타이다배 1회전 이창호9단(흑)과 쿵제7단(백)의 대결이다. 좌상에서 이9단이 흑?의 강렬한 절단으로 전투를 개시했고 백도 1로 밀어 팽팽히 맞선 장면. 평소의 이9단이라면 A쪽으로 움직여 내쪽의 안전부터 추구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날의 이창호는 흑2부터 14까지 거의 일직선으로 백을 잡으러 갔고 설마 하는 예상을 뒤엎고 끝까지 대마를 추궁해 잡아버렸다. 이창호는 언제나 상대를 인정해준다. 그래서 사망 직전의 말도 쉽게 잡으러 가지 않는다.

그러나 이창호의 이런 취향이 널리 알려져 요즘의 젊은 강자들은 이창호와 만나면 함부로 펀치를 휘두르며 덤벼오는 경향이 있다. 이런 분위기에 이창호가 경고를 던지고 있다. 이 판도 그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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