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현수막 사업 나선 이종헌씨 4천만원에 창업 월4백만원 수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14년간의 직장생활을 뒤로하고 당구장.건축자재 사업등에 손을 댔지만 모두 신통찮아 사표 낸 걸 후회도 했어요. 그런데차에 컴퓨터로 현수막을 만들어 주는 사업에 눈을 돌렸어요. " 서울 동작구 본동 '미스터 플래카드' 노량진점의 이종헌 (李鍾憲.40) 씨는 이렇게 자신의 탈 (脫) 샐러리맨 성공담을 담담히 말한다.

그는 직장인들이 '때려치고 사업이나…' 라고 말은 쉽게 하지만 막상 사표를 던지고 나면 막막하기만 한 것이 현실이라고 충고한다.

고졸 학력의 李씨는 승진에 대한 한계등 직장생활의 속앓이를 뒤로하고 90년 '홀로서기' 에 나섰다.

그러나 아이템선정.마케팅.자금확보등 어려움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그래서 창업박람회를 쫓아다니며 찾아낸 것이 바로 컴퓨터 현수막 제작업. 기존 현수막이 글자를 일일이 페인트를 칠하는 날염 (捺染) 방식의 수 (手) 작업인데 비해 컴퓨터로 문자를 뽑아내 현수막을 만드는 이 사업은 李씨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현수막 제작소는 6천여개소로 연간 5천억원대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부분 글자를 만들어 펼쳐 놓고 페인트를 칠하는 재래식이어서 페인트와 신나등 독한 화화물질 냄새로 작업환경이 열악한데다 점포가 넓어야 하고 인건비도 많이 들어 3D업종으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컴퓨터에 1백여종의 서체 (書體) 를 입력해 놓고 고객이 원하는 문자.문양을 즉석에서 인쇄해 30분만에 현수막을 제작하는 이 사업은 3D업종을 유망사업으로 바꿔 놓고 있다.

李씨는 지난 3월 중순 '미스터 플래카드' 라는 체인점을 운영하는 ㈜사위컴손 (02 - 941 - 9470)에 가맹 보증금 3백만원을 포함, 모두 4천1백만원을 들여 점포를 차렸다.

10평 남짓한 사무실이 작업하는데 충분한데다 별도의 인테리어가 필요없이 장비를 설치하고 샘플 현수막을 걸어 놓으니 이틀만에 준비가 끝났다.

장비는 펜티엄컴퓨터.프린터.스캐너 각 1대와 현수막의 크기와 색깔.모양을 입력시킨대로 정확히 잘라주는 플로터 (컷팅기) , 그리고 문자를 다양한 색상의 원단에 압착 (壓着) 시켜주는 열전사시스템 매직롤이 전부. 李씨는 '컴맹' 이었지만 3일간의 실습교육을 통해 서체를 뽑아내는 기본원리와 매직롤 작동방식을 익히니 사업에 별 어려움이 없었다고 말한다.

현수막 제작과정은 의외로 간단하다.

주문한 내용을 컴퓨터에 입력해 문자를 만들고 플로터로 잘라낸뒤 바닥지에 문자와 문양을 배열하고 매직롤로 원단에 찍어내면 된다.

李씨는 직원을 두지 않고 부인 김복순 (金福順.38) 씨와 함께 일을 한다.

金씨는 "집이 사무실과 10분거리인데다 아들 찬영이가 중학교 3학년이기 때문에 부담없이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다" 고 귀뜸한다.

고객은 음식점.옷가게.세탁소.개인병원.학원등 자영업자에서 기업.관공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노량진점은 처음 2백만원에 불과하던 매출이 5월부터 6백~7백만원으로 껑충 뛰어 월 4백~5백만원의 순익을 내고 있다.

가로 6, 세로 60㎝ 크기의 현수막 소비자가격이 4만원인데 재료비는7천2백원밖에 안돼 마진율이 80%를 넘는게 비결이다.

"노량진 일대에 걸린 현수막중 절반은 제 손떼가 묻었어요. 믿음으로 고객을 대하니 고객의 주문이 넘쳐 다른 곳에 일감을 나눠주기도 해요. " 李씨는 요즘에는 한국냉장.케이블TV등 대기업의 대량주문이 몰려와 9월부터는 월 매출을 1천만원대로 끌어 올려 연말까지 초기투자비 4천만원을 뽑아낼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양영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