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국회 홈페이지 말만 요란 볼게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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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청와대 홈페이지를 비롯, 대부분의 정부기관 인터넷 홈페이지들이 정보화사회에 맞는 대민 (對民) 홍보및 행정서비스를 실시한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내용이 부실하고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졸속행정의 표본이란 비난을 사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자료들이 장기간 '방치' 돼 있는가 하면 오락.게임등 엉뚱한 내용이 섞여 들어가 이용자들을 당황케 하는 경우도 잦다.

지난 2월 개설된 중소기업청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미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사이트가 버젓이 올려져 있어 28일 이 사이트를 조회하던 이용자들이 홈페이지 주소를 재확인하는등 소동이 벌어졌다.

중기청측은 "홈페이지 제작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이 외부 홈페이지 연동과정에서 실수로 카지노 사이트를 끌어들인 것같다" 며 뒤늦게 이 사이트를 삭제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지난 7월23일 이후 대통령의 국정활동란 외에 청와대 돌아보기.열린 자료실.정부 소개등 다섯가지 메뉴는 아예 열람을 막아놓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부실한 프로그램을 보완, 29일부터 새로운 내용으로 서비스할 예정" 이라고 밝혔다.

국방부가 지난해 개설한 홈페이지도 사정은 마찬가지. 국방부 홈페이지에는 간첩및 대공상담.국방백서등이 담겨 있을뿐 정작 필요한 병무및 입영정보등은 전혀 소개돼 있지 않다.

내용이 비교적 충실한 것으로 평가되는 국회 홈페이지도 입법정보등 서비스 내용이 어려운 한자 투성이여서 이용자들의 외면을 당하기는 마찬가지. 벤처기업을 경영하는 강만희 (34.서울강남구포이동) 씨는 "최근 공포된 민원사무 처리에 관한 법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국회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한자가 너무 많아 답답해 조회를 그만 두고 말았다" 고 말했다.

이같은 국내 공공홈페이지들의 내용이 부실한데 비해 미국의 경우 실속있는 관리로 알찬 대민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미 백악관 홈페이지에는 북한측이 28일 열릴 예정인 제3차 북.미 미사일회담이 북한측의 일방적인 취소로 무산됐다는 내용이 수록돼 있는등 매일 새로운 자료가 보완되고 있다.

심지어 빌 클린턴 대통령이 27일 골프를 쳤으며, 앨 고어 부통령은 휴가중이라는 내용까지 소개하고 담당자가 시민들과 전자우편 대화도 갖고 있다.

지자체들이 운용하는 홈페이지들도 서울시.제주도등 비교적 관리를 잘하는 곳도 있으나 대부분은 관광안내에 그치는등 지역주민들의 정보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지 못하고 있다.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공공기관 홈페이지의 부실한 관리는 전담인력이 없고 예산 뒷받침이 빈약한데 따른 것" 이라고 원인을 설명했다.

이중구.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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