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증권매매 100% 전산화 증권거래소 '플로어' 사라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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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굿바이 플로어. '

우리나라 증시의 상징으로 주식거래가 이뤄지는 증권거래소 '플로어' (Floor)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다음달 1일부터 장내 증권매매가 1백% 전산화됨에 따라 주문표가 흩날리고 시장대리인들의 분주한 손짓이 오가던 수 (手) 작업이 더 이상 필요치 않게 된 때문이다.

지난 56년3월 서울명동 (유네스코회관 맞은편)에서 증권거래소가 설립된지 41년6개월만의 일이다.

플로어 폐쇄와 함께 파랑.초록.노랑색 제복의 거래소 시장부직원이나 증권사의 직원들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수명이 다한 플로어는 개조되지 않고 역사적 기념물로서 원래 모습대로 보전된다.

다만 주가감시실.선물옵션결제실등 거래소 일부 부서의 업무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60, 70년대만 해도 플로어는 손가락으로 호가를 표시하고 '격탁' (일명 딱딱이) 소리로 매매체결을 알리는 마치 도떼기시장과 같은 곳이었다.

분필로 주식시세를 기록했던 칠판이 오늘날의 전광판을 대신했던 시대였다.

71년 주문표를 사용하는 '포스트매매' 가 처음 선보였고 79년 거래소가 여의도로 이전하면서 포스트는 타원형에서 오늘날 육각형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이어 88년부터 매매전산화를 꾸준히 추진한 결과 오늘날 수작업종목은 전체의 3.2%에 불과한 30종목에 불과하게 됐다.

하지만 많은 투자자들과 증권계 종사자들은 애환이 깃든 수작업이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플로어가 문을 닫는데 대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증권사의 한 간부는 "80년대말 주식거래가 폭증했을 때는 장마감후 뒷처리하느라 야근수당이 월급의 2배가 넘기도 했다" 고 술회했다.

증권사마다 포스트에 주문을 먼저 접수시키기 위해 신장 1백90㎝가 넘는 꺽다리 직원들을 대거 시장대리인으로 투입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매매전산화가 이뤄지기 전엔 시장대리인들은 증권사 영업실적과 매매를 좌지우지하면서 증시정보수집창구 역할을 했기 때문에 소속회사는 물론 상장사나 '큰손' 들마저 어려워한 '잘나가는' 자리이기도 했다.

플로어업무를 오래 맡았던 옥치장 거래소감사는 "불과 몇년전만 해도 플로어는 7백명이 넘는 증권사 시장대리인들의 격전장이었고 바닥에 나뒹군 호가표는 마치 전장의 탄피 같았다" 고 회상했다.

'플로어없는 증시' 엔 앞으로 엄청난 변화가 예고돼 있다.

시장대리인 식사시간을 위해 마련된 점심휴장이 내년 1월부터 없어지게 된다.

증시의 전면전산화는 하루나가는' 자리이기도 했다.

플로어업무를 오래 맡았던 옥치장 거래소감사는 "불과 몇년전만 해도 플로어는 7백명 넘는 증권사 시장대리인들의 격전장이었고 바닥에 나뒹군 호가표는 마치 전장의 탄피 같았다" 고 회상했다.

'플로어없는 증시' 엔 앞으로 엄청난 변화가 예고돼 있다.

시장대리인 식사시간을 위해 마련된 점심휴장이 내년 1월부터 없어지게 된다.

증시의 전면전산화는 하루 24시간 종일거래는 물론, 집.사무실에서 투자할 수 있는 사이버증시 시대를 한층 앞당길 것이다.

상장사들은 앞으로 영업보고서를 디스켓으로 내야하고 각종 기업공시도 컴퓨터로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변화는 진통을 몰고 오는 법. 전산화로 플로어에서 일하던 증권사 시장대리인 1백여명과 거래소직원 10여명이 당장 자리를 잃게 됐다.

전산화등 문명의 이기에 밀려 속수무책으로 시장의 주역자리를 투자자와 상장사들에 넘겨줄 수밖에 없는 그들의 얼굴엔 서글픔이 짙게 배어 있다.

오는 30일에는 전면전산화와 플로어폐장에 따른 기념식이 열린다.

연말마다 어김없이 해왔던, 그리고 앞으로는 다시 볼 수 없게 된 '주문표 뿌리기' 의식이 마지막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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