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조 백일장 심사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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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응모된 1백여편의 작품 가운데 6편의 입상작을 고르기가 그리 쉽지 않았다.

최종심에 오른 10여편의 작품 모두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고른 수준이어서 점차 치열해가는 '중앙시조 지상 백일장' 의 열기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달의 장원작으로는 남순대 (南淳大) 씨의 '반딧불이' 를 뽑았다.

섬세한 감성과 언어를 다루는 솜씨가 탁월했다.

특히 세째수 종장의 '밤하늘 빈 마음자리 흩어지는 말없음표들…' 과 같은 구절은 시인의 비범한 시적 능력을 보여준 좋은 예라 하겠다.

차상인 김원 (金沅) 씨의 '여름귀향' 역시 시작 경륜을 말해주듯 단아하며 능숙한 시어구사가 단수의 묘미를 더해주고 있다.

이 작품 역시 귀향의 의미와 함께 종장 표현이 전체적으로 작품 구도를 잘 잡아주고 있다.

차하는 이지연씨의 '보슬비' 를 뽑았다.

여린 감성이긴 하나 작품 전체가 균형이 있고 '우산대 받쳐 들고서/내다보는 파란 숲' 과 같은 청정미에 호감이 갔다.

입선작으로는 김순연씨의 '금산사' , 홍영미씨의 '고향' , 황병길씨의 '동해' 를 뽑았다.

'금산사' 는 2수 가운데 표현의 선명성이 부족한 첫수를 버리고 둘째수를 취하기로 한다.

이 분 역시 '발효된 추억 하나가 발을 절며 따라간다' 와 같은 종장 표현이 관용어 투성이의 기존 시조와 달리 신선했다.

'고향' 은 소박한 정서가 마음에 들었으나 '내 쉴 곳' 같은 반복된 시어가 정형의 공간을 좁게 만들어 아쉬웠다.

'동해' 는 주제와 다소 동떨어진 제목이긴 하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무리없이 잘 표현했다.

심사위원 이우걸.유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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