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교관 실태…체류비 조달 위해 공관까지 임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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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해외 주재 북한공관은 공관유지비와 '노임' 이 제때 지급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공관유지 능력이 없으면 문닫고 들어오라' 는 입장이라고 지난해 귀순한 전 북한외교관 현성일씨가 전했다.

북한외교관들이 외교업무보다 외화벌이에 더 신경을 쓰는 까닭이다.

그래서 루마니아주재 대사관은 김일성별장을 카지노장으로 임대하는가 하면 공관원들이 면세로 구할 수 있는 담배나 술등 고가품을 시중에 팔고 때로는 밀반입하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일부에선 마약을 밀매한 경우도 있었다.

베를린 주재 북한이익대표부는 공관중 일부를 헬스센터.장애인재활협회등 4개단체에 빌려줘 월 20만마르크 (약1억원) 정도의 임대소득을 올려 공관운영비등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에선 극동지역 총영사관이나 임업사업소를 중심으로 마약거래라든가 위폐사용등으로 자원을 조달하는 방식을 취하다가 적발됐던 경우도 있다.

외교부 소속의 권력층 자제들은 선진국보다 외화벌이가 손쉬운 제3세계로 몰려간다.

특히 아프리카 지역에 자리가 나면 엄청난 로비가 벌어진다.

해외생활 기간에 저축해둔 외화를 '상납' 해야 좋은 자리를 얻을 수 있다.

외교관들은 본국의 각종 자료및 현물요구로 늘 바쁘다.

외교부 경제국에서 주관하는 융성 (隆盛) 자료 제출은 가장 대표적인 임무. 말 그대로 '조국' 의 경제를 융성.발전시키기 위한 경제활동및 자료수집활동이다.

파종기전 곡식 종자를 구하는 것부터 페니실린 균주.맥주효모에 이르기까지 나라별로 다양한 요구를 한다.

이른바 '만수무강과 관련된 약재및 정보수집' 활동은 우선순위가 가장 높다.

고위층의 장수를 위해 쓰여지는 약재등이다.

충성경쟁은 치열하다.

지난 93년 요르단주재 대사관에서 일하던 외교부 고위관리의 사위가 귀국시점이 다가오자 "본국에 돌아가 일하고 싶다.

인민군 지원금으로 3천달러를 바치겠다" 는 전문을 본부에 보냈다고 한다.

이를 보고받은 김정일이 그를 표창하는 한편 해외에 그대로 머물도록 조치하고 다른 공관원들도 본받을 것을 지시했다.

이때문에 다른 해외공관들은 '인민군 지원금' 을 본국에 보내기 위해 1년 내내 법석을 떨었다고 한다.

김성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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