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모두 '조연'이 돼 이룬 8강 기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모두가 조연에 만족하면 팀이 스타가 된다. "

97년 미프로농구 (NBA) 챔피언결정전이 끝난후 미국의 스포츠전문TV인 ESPN 해설자 잭 램지가 남긴 명언이다.

27년만에 8강에 오른 남자농구의 '작은 기적' 도 모두가 조연을 택했기에 가능했던 쾌거다.

한국은 2 - 3지역방어.공수의 완급조절이라는 두가지 전술을 완벽하게 소화해 값진 승리를 거뒀다.

2m대 선수가 6명이나 되는 체코의 골밑공세를 막기 위해 한국은 진영을 좁게 서는 2 - 3지역방어를 택했다.

앞선 가드 두명은 재빠른 스텝으로 체코의 골밑 볼투입을 막았고 골밑에 볼이 들어오면 절묘한 협력수비로 골밑공격의 성공률을 떨어뜨렸다.

2 - 3지역방어는 좌우 45도 외곽에서 슛이 들어가면 진영이 넓어지면서 골밑이 약해져 결국 붕괴되는 약점이 있지만 체코의 외곽슛이 빈약해 한국의 수비는 1백% 성공했다.

그 결과 한국은 리바운드수에서 27 - 23로 앞설수 있었다.

수비리바운드에서 이어지는 아웃렛 패스 (전방으로 길게 연결되는 속공패스)가 잇따라 성공하면서 초반에 대량득점, 승기를 잡았다.

이 과정에서 서장훈이 돋보였다.

서는 공격리바운드 3개를 따내면서 체코의 골밑에 부담을 주었다.

체코는 서장훈을 견제하느라 공격전환 속도가 떨어졌고 한국이 수비진을 정비할 시간을 주었다.

김성철의 다득점도 서장훈의 멋진 피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이포스트 (자유투라인 부근)에서 부채살처럼 갈라주는 서의 패스는 거의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될 만큼 타이밍과 정확도가 뛰어났다.

2연승하는 동안 한국은 단신팀이 보여줄 수있는 최상의 플레이를 펼쳤다.

팔레르모 (이탈리아) =허진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