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新바람]한국통신"성과 못올리면 물러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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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지난 6월 캄보디아내전 때 일이다.

이 나라에 진출한 대부분의 외국기업들은 철수하기에 바빴지만 유독 하나의 기업만 자리를 지켰다.

바로 한국통신의 주파수공용통신 (TRS) 현지 자회사인 캄보디아 M.T.M사였다.

현지 문양환 (文兩煥.한국통신 해외사업본부 파견국장) 사장은 한국내 본부에서 귀국을 종용해도 직원들이 자리를 비우면 소중한 통신장비와 철탑에 손상이 간다며 한사코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이 회사는 내란의 와중에도 철탑에 총알 자국 하나만 생기고 어떠한 피해도 보지 않았다.

文사장은 왜 캄보디아를 지켰을까. 바로 한국통신이 실시한 경영계약 때문이다.

한국통신은 올해부터 경영혁신의 일환으로 본부 실.본부장급및 일선 전화국장과 일정한 수준의 경영성과를 올리지 않으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임기는 1년이다.

文사장은 캄보디아 현지회사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어 목숨을 걸고 자리를 지킨 것이다.

경영성과지표는 과거에 경영능력의 적정성이나 원만한 노사관계 유지등 비계량적인 지표였지만 새로운 경영계약에서는 모든 것을 계산가능한 수익기준으로 바꿨다.

전화국의 경우 통화완료율.고장발생율등 계량화만 가능한 것을 지표로 잡았다.

이같은 계약은 즉시 효력을 발휘했다.

직장은 같아도 사업본부가 다르면 주고받는 내부거래의 수익성을 따져야 하기 때문에 본부장간에도 조금이라도 수익을 더 올리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운다.

사업본부별 책임회계제도가 도입돼 상대편을 고려해줄 여유가 없는 것이다.

한국통신과 정보통신부간의 관계도 많이 변했다.

예전에는 정보통신부의 말 한 마디가 절대적인 힘을 발휘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한국통신은 특히 연구개발 출연금의 경우 한 푼의 돈이라도 쉽게 내놓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통신은 우리와 상관없는 디지털방송에 한 푼도 내놓지 않겠다는 주장이다.

정통부는 으름짱을 놓기도 하고, 읍소 (泣訴) 도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한국통신은 정부투자기관에서 출자기관으로 전환이 확정된 지금이 공기업 공룡 (空龍)에서 진정한 공룡 (恐龍) 으로 변신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고 있다.

이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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