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지역 화해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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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세계의 '화약고' 걸프지역에 평화와 화해의 바람이 솔솔 불고 있다.

79년 회교혁명이후 18년째 서방및 주변 아랍국들과 적대관계를 보여온 이란이 온건파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의 취임을 계기로 적극적인 대외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이라크도 부분적인 석유수출 재개 이후 조성된 화해무드를 이어가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걸프지역에서 이들 두나라에 대한 '이중봉쇄' 정책을 구사하며 긴장관계의 최선두에 섰던 미국도 변화추이를 예의주시하며 정책전환을 타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고무적인 것은 이란의 변화다.

지난 3일 취임한 하타미 대통령은 개혁.개방성향이 짙은 내각을 구성했다.

강경파 주도의 의회가 과연 내각을 인준할지 의문이었으나 무난히 인준을 마쳤다.

변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이란의 알리 샴하니 신임 국방장관은 23일 "우리는 걸프지역의 긴장완화를 주요 목표로 하고 있다" 고 공식 천명했다.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시도도 잇따라 감지되고 있다.

이란의 관변 여성단체인 '여성연대연합' 은 최근 미국 여성대표단의 방문을 공식 요청했다.

이란이 미국 대표단을 초청하기는 지난 80년 양국 국교단절 이후 처음이다.

주변 아랍국들이 이란.이라크를 보는 태도도 달라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3일 이란 회교혁명후 처음으로 양국간 항공운항을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시리아.쿠웨이트.요르단등도 현재 이란과 항공운항.경제협력등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걸프전 이후 7년째 유엔의 경제보복에 시달려온 이라크는 지난해 12월 부분재개된 석유수출을 경제제재의 전면해제로 이어가려 애쓰고 있다.

6개월마다 20억달러씩의 석유를 수출할 수 있게 됨으로써 경제회생의 전기를 마련한 이라크는 각국과 유전개발.식량구입 계약을 잇따라 체결하면서 유엔 경제봉쇄의 전면해제를 호소하고 있다.

이라크는 최대 장애인 대규모 살상무기 폐기와 관련해 미국과의 담판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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