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곡물·금 …‘원자재 ETF’ 돈 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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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미국 증시에 상장된 원자재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경제위기로 원유와 곡물 가격이 바닥권에 머물면서 원자재 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아직 국내엔 상장된 원자재 ETF가 없다 보니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거래되는 ETF로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

리딩투자증권의 경우 최근 해외주식 거래 건수 중 3분의 2 정도가 원자재 관련 ETF 상품이다. ETF 상품 중 가장 인기를 끄는 건 서부텍사스유(WTI) 선물가격을 추종하는 USO(United States Oil Fund). 한때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았던 WTI 선물가격이 30달러대로 떨어지면서 USO 주가는 지난해 7월 최고점(117.48 달러)의 5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 리딩투자증권 홍경모 과장은 “주가가 크게 떨어졌지만 현재 바닥권인 원유값이 다시 오를 거란 기대감에 주문이 계속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에 따르면 중국의 극심한 가뭄으로 곡물가격이 오를 거라는 기대감에 곡물 관련 ETF 주문도 늘고 있다. 네 가지 곡물(밀·옥수수·설탕·콩)의 선물가격을 반영하는 DBA(Powershares DB Agriculture Fund)가 대표적인 상품이다.

원자재 ETF 중 최근 짭짤한 수익을 거둔 상품은 금괴 가격을 추종하는 GLD(SPDR Gold Shares)이다. 올 들어 국제 금값이 가파르게 뛰면서 GLD의 연초 이후 수익률도 12%에 달한다.

ETF는 펀드와 달리 홈트레이닝시스템(HTS)이나 전화주문을 통해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다. 리딩투자증권·굿모닝신한증권·우리투자증권 등이 미국 주식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주식시장엔 상한가 제도가 없기 때문에 주가가 오를 때 고수익을 노릴 수 있다는 점도 개인투자자가 몰리는 이유다. 또 최근 원화가치가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은 환율 효과도 보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우석 해외주식팀장은 “펀드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직접투자로 돌아서면서 거래가 자유로운 ETF를 선호하고 있다”며 “미국 ETF는 850여 종에 달하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넓은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단순히 원자재 값이 오를 거라는 기대만으로 투자에 나서는 건 위험하다. 예컨대 유가 변동폭의 2배만큼 가격이 움직이는 UCO(Ulta DJ-AIG Crude Oil ProShares)의 경우 유가가 올라가면 2배의 이익을 내지만 유가 하락 시엔 손실 폭도 2배다. 원유값 하락으로 지난해 말 13달러대이던 UCO 가격은 6.2달러까지 떨어졌다.

홍경모 과장은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 원자재 가격의 회복에도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원화가치가 다시 오른다면 자칫 환차손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원자재 값과 환율 변동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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