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라스베이거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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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90년대에 들어선 이후 재정난을 겪는 저개발국이나 개발도상국들이 한결같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은 복권과 카지노다.

복권보다 카지노를 더 선호하는 까닭은 복권이 막연하게 일확천금을 노리는 서민의 가난한 호주머니를 터는 사업인데 비해 카지노는 돈 쓸 곳이 없어 쩔쩔 매는 전세계 졸부 (猝富) 들의 호주머니를 '합법적으로' 털어내는 신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캄보디아.필리핀.우루과이 등 카지노사업에 뛰어든 나라들이 모델로 삼고 있는 것은 물론 미국의 라스베이거스다.

불과 한 세기 전까지만 해도 네바다주 사막의 한복판에서 소규모의 광업과 축산업만으로 가까스로 명맥을 유지했던 이 조그만 마을이 지구상에서 가장 성장이 빠른 도시로 발돋움하면서 세계 도박산업의 '모델' 이 되기에 이른 것이다.

미국 전체를 뒤흔드는 도박열풍의 근원지가 라스베이거스라는데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라스베이거스가 주도하는 미국의 도박산업은 할리우드의 영화산업과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의 수입을 합친 것보다도 규모가 커진지 오래다.

카지노에서 돌고 도는 돈은 연간 5천억달러를 훨씬 넘고, 매년 미국국민이 잃는 돈만도 4백억달러를 상회한다.

하지만 연간 바치는 세금만도 2백억달러에 육박하니 연방이나 주정부에 대해서는 '효자노릇' 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도박의 폐해' 를 여실히 보여주는 곳도 역시 라스베이거스다.

미국내의 도박중독자는 전체 국민의 약 3%로 추산되지만 라스베이거스는 8%를 넘어섰고, 도박과 관련한 네바다주의 자살률과 아동학대율도 미국 전체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내에서의 일이니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할 것이 못될지 모르지만 도박중독증세를 외국인에게까지 전염시킨다면 문제는 그리 단순치 않다.

널리 알려져 있지만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들은 거의 모두가 1백명 안팎의 'VIP리스트' 를 신주모시듯 하고 있다.

한판에 1백만달러를 날릴 수 있는 아시아인들이라니 그중 상당수의 한국인들이 '봉' 노릇을 해왔을 것이다.

1백억원대 라스베이거스 도박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이 입수한 이른바 '로라최 리스트' 엔 1백여명의 저명인사가 들어있다고 한다.

대부분이 도박중독자일 터인즉 원인제공측에 치료를 책임지게 하는 것은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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