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금사 자금난 원인…부실기업에 대출·마진 하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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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종합금융회사들의 최근 경영난은 대기업의 잇따른 부실화와 금융시장의 변화가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다.

경쟁이 가열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판에 빌려준 돈을 못받게 되고, 자신은 돈을 빌리기도 어렵게 된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종금사 자금난의 결정적인 계기는 금년초의 한보 부도에다 지난 4월 진로그룹을 대상으로 부도유예협약 발동 때문이다.

은행과는 달리 담보없이 신용만으로 기업에 수천억원대의 돈을 빌려줬는데 유예협약에 따라 채권회수가 일시에 동결되니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한보사태 이후 기아에 이르기까지 종금사들이 부실화한 기업에 물린 돈은 무려 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가운데 진로.대농.기아등 부도유예협약 대상기업에 물린 것만도 5조8천억원이나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전부터 부실 요인은 계속 누적돼 왔다.

많은 종금사들은 종금 전환 이후에도 단자회사 시절의 타성으로 단자업무에 편중해왔다.

전환 종금사의 경우 자산의 80%를 단기 고금리로 굴리는 단자업무에 치중하고 있다.

종금사들은 뒤늦게 국제업무에 눈을 돌렸으나 경험부족과 무분별한 투자로 부실이 커졌다.

태국 한곳에서만 떼인 돈이 3천만달러에 달했다.

부실화 소문이 퍼지면서 해외차입비용은 더 비싸졌다.

런던은행간금리 (리보)에 덧붙이는 가산금리는 최고 1%포인트까지 치솟으면서 부담을 가중시킨 것이다.

어렵기는 수신쪽도 마찬가지다.

4단계 금리자유화에 따라 지난달말 은행권에서 단기고금리상품인 수시입출식예금 (MMDA) 을 내놓자 한달이 안돼 1조3천억원이상이 종금사에서 은행권으로 옮겨갔다.

종금사는 점포망이 취약하기 때문에 자금이탈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리경쟁이 심해지면서 예대마진도 줄었다.

단자부문의 예대마진은 2년전만 해도 2%포인트 이상이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1%포인트도 힘든 상황이다.

최근 종금사를 더욱 괴롭히는 것은 '어디가 부도 난다더라' 는 풍문. 불안해진 예금주들이 거액예금을 빼가는등 예금인출 기미도 나타나고 있다.

기아에 많이 물린 몇몇 종금은 하루에도 몇통씩 해약문의가 들어와 이를 설득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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