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이야기]스타킹 변천史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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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스타킹을 최초로 신은 건 여자가 아닌 남자다.

16세기의 일이다.

이 시기 남자들은 남성미를 강조하기 위해 성기부분을 감싼 뒤 다리에 꼭 맞는 스타킹을 신었다.

그후 남자들이 신던 스타킹은 소재를 달리하면서 바지로 변형된다.

과거 여성의 발과 다리는 긴 스커트 자락에 숨겨진 채 노출이 허락되지 않았다.

20세기에 들어서 스커트 길이가 짧아졌고, 걸어다니기 편하도록 트임을 넣으면서 비로소 여성들의 다리도 햇빛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스커트 자락이 처음으로 마루바닥을 떠나게 된 건 1910년 디자이너 폴 포와레의 '호블 스커트' 가 나오면서부터. 복사뼈 부근 폭을 좁게 디자인해 '절름절름 걷다' 라는 뜻의 호블 (Hobble) 이란 이름을 얻은 이 스커트는 드디어 검은 스타킹에 감싸인 발목을 드러냈다.

1920년대엔 스커트 길이가 종아리.무릎까지로 기어올라갔고 베이지.갈색톤의 말아올리는 스타킹이 등장한다.

30년대엔 실크레이온 스타킹, 40년대와 50년대엔 나일론 스타킹이 전성기를 맞는데 전쟁때문에 소비물자 생산을 제한함에따라 여성들이 스타킹을 사려고 길게 늘어선 풍경도 심심찮게 보였었다.

스타킹의 역사가 본격화된 것은 디자이너 앙드레 꾸레주와 메리 퀀트의 과감한 가위질로 초미니스커트가 등장한 60년대말 무렵. 팬티스타킹과 목부터 발까지를 다 덮는 원피스형의 바디스타킹이 탄생했다.

70년대엔 맥시스커트.부츠의 유행으로 잠시 주춤했던 스타킹. 하지만 스커트 트임새로 넙적다리가 보이는 글래머룩의 등장과 함께 다양한 색상의 스타킹이 사랑받았다.

80년대엔 자수와 레이스 스타킹, 인조섬유 라이크라의 고탄력 스타킹이 나와 몸매를 받쳐주는 파운데이션 역할까지 겸한다.

롱다리 몸매가 숭상되는 90년대엔 바야흐로 스타킹을 신지 않고도 다리가 반짝반짝 빛나는 '바르는 스타킹' 시대까지 열렸다.

윤혜숙 (패션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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