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우리모두 '내탓' 인정하고 경제살리기 나서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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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 20여년동안 우리나라 기업인들은 하루도 쉴새없이 동.서를 뛰어다니며 경제발전을 이룩하는데 큰 몫을 했다.

신들린 사람처럼 시장확보에 전념을 다했고 또 어떤 일이건 겁없이 달려들어 사업을 일으켰다.

그렇게 성공한 기업인들에게 정부는 훈장을 달아주었고 국민들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그 기업인들이 얼굴을 들지 못하고 있다.

돈을 빌려줘야 돈을 버는 금융계가 지금 돈을 거둬들이고 있다.

돈을 빌려 건설한 생산시설들이 매물시장에 수없이 나와 있다.

한 대기업이 도산하면 관련 중소기업은 한달을 지탱하지 못하고 쓰러져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정부가 외친 중소기업의 육성지원은 어디에 했다는 말인가.

미국 경제는 몇년째 호황을 누리고 있는데 어찌 기적을 이룩했다는 우리의 경제는 불황속의 불황을 겪고 있는 것일까. 문제는 이런 현실을 누구도 책임지지 않겠다는데 있다.

국민은 정부를, 정부는 기업을, 기업은 정치인을 손가락질하는데 사실 정치인이 어떻게 경제를 이해하겠는가.

대통령이 경쟁력 10% 높이기 운동을 펼칠만큼 국제시장에서 우리의 경쟁력은 상실됐다.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온 나라에 인플레적인 생활문화가 형성되면서 내수시장은 엄청난 신장을 했다.

번호판을 단 자동차가 1천만대가 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수출에서 벌어야 할 외화는 줄고 내수에 필요한 제품의 수입은 늘었으니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가 온전할 수 없다는 것은 초등학교 아이라도 알았을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경제발전의 대가를 치러야 하는듯 우리 사회 구석구석엔 부조리와 병폐가 뿌리깊게 자리잡았다.

신임과 신용이 설 자리가 없어졌다.

모든 일에 우리는 안전할까, 믿어도 될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생활해야만 한다.

물론 '이래도 괜찮은가' 하는 국민의 정서는 뚜렸했지만 누구도 이 병폐를 치유해보려고는 하지 않고 있다.

즉 우리가 이런 처지에 있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 우리 모두가 생각하는 생활을 해보자.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기업들만 자구책을 찾을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가 알뜰한 자기 생활을 찾아나서야 할 것이다.

그러다보면 우리나라가 어느날 다시 한번 남들이 부러워할, 온 국민이 이룩한 알뜰한 나라가 돼 있을 것이다.

김영철 <진도그룹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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