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가장 고등한 동물인데 …”=이 대통령은 수석회의에서 자신이 즐겨보는 TV프로그램 ‘동물의 왕국’을 거론했다. “‘동물의 왕국’을 보면 고등한 동물일수록 새끼들을 어미 품에서 일찍 독립시킨다. 인간이 가장 고등한 동물인데,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공부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집도 사 주고, 심지어 사업자금까지도 모두 대줘야 하는 형편이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가장 큰 원인은 입시제도와 입사문제 때문”이라며 “입시제도를 잘 정비하고, 취직이 잘될 수 있도록 해야 부모들이 걱정 없이 자녀들을 독립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어떤 곳은 서울대 출신 90%”=서울대 독주 현상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았다. 이 대통령은 본인이 방문했던 유럽의 한 나라를 거론하며 “이 나라의 총리와 각료들 70% 이상이 특정 대학 출신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이런 편중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돌아와서 알아보니 우리나라는 더 심각하더라. 특히 어떤 분야는 서울대 출신이 90% 이상을 차지한다는 얘기까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서울대 출신이 집중된 분야를 특정해 말하진 않았다고 한다.
다만 참모들 사이에선 “발언 당시 정동기 민정수석을 바라보면서 말을 했기 때문에 법조계를 말하는 것 같다”거나 “성적 우대, 학벌 우대 현상의 일반적인 폐해를 지적한 것”이라는 등 해석이 분분하다. 이 대통령은 이어 “각 수석실별로 대통령 자문단을 만들 때에는 다양한 대학, 특히 지방대 출신들까지 포함시켜 다양한 여론을 들을 수 있도록 각별히 유의하라”고 지시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서울대엔 XX학과도 있다”=서울대의 한 특정 학과를 지목하기도 했다. 교육 문제에 관해 열변을 토하던 이 대통령이 “서울대에 XX학과가 있느냐”고 묻자 참석자들은 “그렇다”고 답변했다는 전언이다. 물론 이 대통령은 서울대에 이 학과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가 서울시장 재임 시절이나 대통령 후보 때부터 ‘교육과 서울대 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단골로 이 학과를 거론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한 측근은 “서울대가 XX학과까지 두고 우수한 학생들을 독식하려고 드니 대학별 특성화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게 이 대통령의 소신”이라며 “그런 맥락에서 나온 얘기일 뿐 XX학과가 문제란 얘기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서승욱·남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