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익제씨 월북으로 천도교 신도들 술렁 "또 월북…"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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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월북한 것으로 알려진 천도교 중앙본부 전 교령 오익제 (吳益濟.68) 씨 가족들은 가장의 월북소식에 망연자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한편 천도교측은 경악감과 함께 크게 술렁였으며 특히 신도들을 안정시키는데 크게 신경쓰면서 이 사건으로 인해 정치권의 회오리가 불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16일 오전 TV를 통해 吳씨의 월북보도를 보던 부인 許모 (64) 씨는 갑작스런 충격을 이기지 못해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 許씨는 병원에서 치료받은 뒤 보도진을 피해 서울신대방동 자택 아닌 다른 곳으로 이송됐다고 며느리 朴모 (29) 씨가 전했다.

한편 가족들은 보도전까지 월북사실은 물론 吳씨가 북에 다른 가족을 두고 있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고 당황스러워했으며 한마디 상의도 없이 북으로 떠났다는 사실에 서운함과 허탈감이 엇갈리는 듯했다.

…吳 전 교령의 월북소식이 전해진지 하루가 지난 17일은 천도교에서 시일 (侍日.일요일) 예식을 봉행하는 날. 이날 오전 서울종로구경운동 천도교 중앙대교당에는 평소보다 2백여명 더 많은 신도 5백여명이 모여 이번 사건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특히 14일은 제2세교조 해월 (海月) 최시형 (崔時亨) 선생이 도 (道) 를 전수받은 지일 (地日) 기념일로 대대적인 기념식이 있었기 때문에 이날은 신도 참석이 적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吳씨의 월북소식을 들은 신도들은 천도교의 입장등을 알아보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교당에 모여들었다.

…천도교 김재중 (金載中) 교령은 16일 오전 교단 기관장회의를 주재하고 향후 천도교의 입장과 사태수습등을 논의하고 앞으로 사건의 수습과정과 각계의 반응을 지켜보는 한편 吳 전 교령에 대한 교단차원의 사후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

또 지방교인들의 동요를 우려해 박남수 (朴南守) 종무원장을 17일 오전 부산으로 급파, 이번 사건에 대한 설명과 교인들의 안정을 특별지시하기도. …천도교측이 吳씨의 교령 불명예퇴진 요인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은 94년 동학혁명 1백주년기념 건축사업과 관련된 비리의혹. 천도교측에 따르면 吳씨는 교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종로구경운동 수운회관부지내 1백주년 기념관과 주차장을 새로이 건설키로 하고 H건설과 35억원대의 수의계약을 체결한 뒤 임의로 건설규모를 축소, 건설비를 과다책정해 교단에 손실을 끼쳤다는 것이다.

교단은 이와관련, 吳씨를 94년 8월 출교 (黜敎) 다음의 중징계인 선거.피선거권등 교인으로서의 권리행사를 3년간 박탈하는 교인자격정지처분을 내렸다.

곽보현.고정애.배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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