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세로 6.7m 가로 3.8m, 김정호 대동여지도의 전모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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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호 18면

고산자 김정호는 조선 후기의 실학자다. 개인이 지도를 만드는 것은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그는 일생을 지도와 지리서를 만드는 데 바쳤다. 30여 년간의 각고 끝에 1834년 청구도를 완성했으며 1857년에는 동여도를, 1861년에는 대동여지도를 완성했다. 세 지도는 모두 한반도 전체를 그린 전도다.

16만분의 1 축적, 한반도가 한눈에

그중 대동여지도는 한국 고지도 발달사의 정점에 위치하는 작품이다. 김정호는 조선 후기 민간에서 활발하게 제작되던 도별 지도와 국가가 중심이 돼 제작한 군현 지도를 결합하여 고도의 상세함을 갖춘 대축척 전국지도를 만들었다. 목판 인쇄본으로 만든 대동여지도의 축척은 약 16만분의 1.

지도가 크다 보니 한 장의 종이에 인쇄하기 힘들었다. 김정호는 조선 국토 전체를 남북 120리 간격으로 22층으로 나누고 각 층에 해당하는 지역의 지도를 1권의 책으로 엮었다. 각 권은 동서 80리 기준으로 접고 펼 수 있도록 제작해 편리하게 보관할 수 있었다. 이렇게 제작된 22권의 지도를 모두 펼쳐 연결하면 세로 약 6.7m, 가로 약 3.8m 크기의 대형 전국지도가 만들어진다.

이 웅장한 지도의 원본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화봉책박물관이 서울 인사동에 화봉갤러리를 개관하면서 ‘지도사랑 나라사랑전’이라는 기념 전시회를 열고 있는데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던 대동여지도를 전시하고 있다. 대동여지도는 현재 전 세계에 20여 첩밖에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워낙 크기 때문에 전시중인 대동여지도는 바닥에 눕혀 놓았다. 인쇄 후 각 기호에 채색을 하여 가독성이 높으며 인접한 군현마다 서로 다른 색상을 칠하여 각 지역의 범위를 쉽게 인식할 수 있다. 지도를 읽다 보면 조선 말 우리 땅을 여행하는 느낌이 든다. 전시는 3월 11일까지. 문의 02-737-0057.

사진·글 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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