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수퍼 박테리아까지, 정복되지 않는 세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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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호 15면

최근 ‘팝의 제왕’이라 불리는 마이클 잭슨이 코 성형수술 과정에서 수퍼 박테리아에 감염되었을지 모른다는 소식이 외신을 타고 전해졌다. 보도에서 거론된 수퍼 박테리아는 메티실린이란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황색포도상구균을 말한다.

원장원의 알기 쉬운 의학 이야기

1961년 영국에서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보고된 이 수퍼 박테리아가 사람들을 전율하게 만드는 것은 ‘살을 파먹는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얘기 때문이다.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드라큘라도 아니고, 살을 파먹는 세균이라니….

여기서 살을 파먹는 질환이란 의학용어로 ‘괴사근막염’이다. 수퍼 박테리아가 피부 감염을 일으키게 되면 피부 속으로 감염이 더 진행되어 근육까지 감염이 진행되고, 근육을 괴사(壞死)시킬 수 있다.

포도상구균은 현미경으로 보면 작은 공(球)처럼 생긴 세균들이 모여 포도송이 모양의 배열을 하고 있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사실 포도상구균은 건강한 사람의 피부나 코 속에 흔히 집단으로 상주하는 세균으로, 평소에는 아무런 문제를 유발하지 않는다. 하지만 피부에 상처가 생기면 염증을 일으키게 된다. 포도상구균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황색포도상구균이 감염을 잘 유발한다.

황색포도상구균은 41년 페니실린이라는 항생제가 도입되면서 치료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그 후 채 10년도 지나지 않아 페니실린이 듣지 않는 균이 출현하였다. 이에 새로운 항생제인 메티실린이 개발됐다. 하지만 61년 또다시 메티실린도 듣지 않는 황색포도상구균이 나타났다. 문제는 이 균이 메티실린뿐 아니라 다른 대부분의 항생제도 잘 듣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수퍼 박테리아로 불리게 된 것이다. 인간은 또다시 반코마이신이란 새롭고 강력한 항생제를 내놓았다. 그러나 최근 이도 듣지 않는 황색포도상구균이 보고되고 있다. 수퍼-수퍼 박테리아라고나 할까. 인간이 세균을 정복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세균은 돌연변이를 통해 항생제에 내성을 만들어 도망가는 숨바꼭질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건강한 사람이 성형수술 등 비교적 간단한 외과적 수술을 통해 수퍼 박테리아에 감염될 확률은 매우 작다. 마이클 잭슨이 수퍼 박테리아에 감염된 게 사실이라 해도 성형수술 과정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그 전후의 항생제 오·남용이나 다른 건강상의 문제 때문이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왜냐하면 수퍼 박테리아는 항생제를 장기간 복용한 경우에 세균이 돌연변이를 일으키며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감기 환자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이 50%를 상회하고 있어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세균 증가의 원인이 된다. 수퍼 박테리아의 발생을 막기 위해서는 감기 같은 가벼운 질병에는 가급적 항생제 복용을 자제해야 한다. 또 항생제를 복용할 필요가 있는 경우라면 도중에 환자가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지 말아야 한다.

수퍼 박테리아는 대부분 환자의 피부나 감염된 물건을 만질 때, 혹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배출된 분비물을 통해 전염된다. 따라서 감염 환자와 접촉한 경우에는 비눗물로 손을 30초 이상 잘 씻는 것이 중요하다. 공기로도 전파되기 때문에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나 노인은 병원균이 많은 병원에 오래 머물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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