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암 퇴치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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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살모사와 코브라의 독 (毒).누에똥.상어뼈.벌집.쉬파리의 면역물질.옥수수털.은행잎.살구씨.주목 (朱木) 껍질…. 최근 10여년새 국내외 연구진들이 항암 (抗癌)에 특효인 치료제를 추출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한 물질의 이름들이다.

모두 동.식물에 의해 만들어진 물질들이다.

전세계 의학계와 연구단체들이 인류 최대 숙제인 '암 정복' 을 위해 종래의 수술이나 화학약품 치료방식에서 동.식물 등 자연계에 대한 관심으로 방향을 바꾼 것은 그리 오래 전의 일이 아니다.

그같은 방향전환은 '지구상의 모든 질병이 자연 속에서 나왔다면 그것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도 자연 속에 숨어있을 것' 이라는 보편적 관념에서 비롯됐다.

그동안 실험을 거친 물질은 무려 40만종, 항암작용이 확인돼 직접 인체에 사용해 본 물질이 5천종, 그중 부작용이 작고 뛰어난 효험이 확인된 물질만도 1백종을 헤아린다.

미국의 국립암연구소 (NCI) 는 주로 식물에 관심을 가진 대표적 기관이다.

NCI는 수많은 채집원들을 고용해 해양유기물.박테리아.균류 등이 포함된 연간 약 5천종의 식물을 25개국에서 들여오고 있다.

그들 식물에서 추출한 물질을 60종의 암 세포와 에이즈 세포에 작용시켜 가능성 있는 식물들을 제약회사에 보내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민간요법가들에게는 독극물이나 마취제 따위로만 알려져 있는 식물들이 무작위로 선택한 식물보다 암 치료에 있어 훨씬 유망하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극 (極) 과 극은 통한다는 속설이 입증됐다고나 할까. 그래서 현대문명과 동떨어진 열대지방에 독초 (毒草) 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많다니 그 또한 인류의 암 퇴치작전과 관련한 새로운 풍속도인 셈이다.

한데 문제는 아무리 특효라고 알려진 물질이라도 모든 암 환자들에게 똑같이 효과적이지는 못하다는 점이다.

암 발생과 치료의 과학적 근거가 아직 완전하게 규명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암세포에 작용하는 유전자 조작법에 의한 치료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엊그제 "노벨상 수상자 토머스 세크 박사팀이 암 세포를 확산시키는 효소인 '텔로머라제' 의 단백질을 형성하는 유전자를 발견했다" 는 보도는 매우 희망적이다.

기왕에 확인된 '특효 물질들' 과 어떻게 연계시키는가가 남은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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