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북한 가는 장선섭 경수로기획단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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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경수로 부지공사 착공식 참석차 18일 북한으로 떠나는 장선섭 (張瑄燮) 경수로기획단장은 17일 "막상 착공식이 열린다고 생각하니 감개무량하다" 며 "경수로 사업의 씨앗이 땅에 떨어진 만큼 씨앗이 싹터 평화의 열매를 맺었으면 한다" 고 말했다.

그는 또 "쉬운 일은 하나도 없었다" 며 "어렵고 힘들 때마다 고진감래 (苦盡甘來) 라는 평소의 철학을 떠올렸다" 고 말했다.

- 착공의 의미는.

"착공 자체가 의미를 갖는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KEDO) 와 집행이사국인 한.미.일 3국은 각기 내부사정이 있다.

이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이뤄지지 않을 일에 매달리는 것은 아닌가' 라며 잠못이루는 밤도 있었다.

그러나 한반도 분단이라는 기막힌 현실 속에서도 삽질이 시작됐다.

'그동안의 의구심이 헛된 것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착공은 어쨌든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첫번째 가시적 성과라고 할 수 있다."

- 앞으로의 과제는.

"경수로 개략사업비 (ROM) 를 확정하는 것이다.

ROM이 확정되면 본격적인 재원분담협상이 시작된다.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1년간 계속되는 부지공사를 중단하지 않기 위해서도 분담금 협상을 하루빨리 매듭지을 생각이다."

- 분담금협상이 1년후까지 마무리되지 않으면 한국이 또다시 공사비를 선 (先) 부담하나.

"1년내에는 분담금협상이 마무리될 것이다.

한.미.일간에는 그동안 재원분담 방안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눈바 있다."

- 남북관계가 더욱 악화돼도 경수로 사업이 지속되나.

"경수로사업이 남북관계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다.

지난해 9월 잠수함 침투사건때도 경수로 사업은 일시 중단됐다.

그러나 지난달 16일 비무장지대 총격전 당시에는 경수로 바지선이 별다른 지장없이 시험운항을 마쳤다.

앞으로 큰 시련이 올 수도 있겠지만 북한 핵문제를 위한 대안은 이것 뿐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 북한이 경수로 건설을 진정으로 원하고 있나.

"북한은 현재까지 핵 동결을 유지하는등 북.미 제네바합의를 비교적 잘 준수하고 있다. 폐연료봉 봉인작업도 90%이상 진행됐다.

크게 보면 북한도 경수로 사업에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 제네바합의 자체가 잘못됐다는 주장도 있는데.

"일부에서 그런 주장을 한다.

그러나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려면 경수로 제공외의 대안이 있는지 묻고 싶다.

어쨌든 한반도 전쟁을 막기 위해 KEDO는 유지돼야 하고 남북간 접촉이 확대돼 화해와 협력의 장을 만들어 가야한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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