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 홍콩 상호 투자 늘려 경제위기 이겨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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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현 상황은 1997~98년의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심각하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원인이 된 금융 시스템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아시아 국가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도널드 창(曾蔭權·65·사진) 홍콩 행정장관은 19일 롯데호텔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특히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과 홍콩 같은 나라는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한 타격이 크기 때문에 상호 투자 확대를 통한 경제 활성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18~19일 방한했다. 나비 넥타이를 즐겨 매는 그는 42년간 공직에서 일했다. 90년대 말 금융위기 때는 재무장관을 맡아 홍콩을 국제 투기자본 세력으로부터 보호하고 금융개혁을 성공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5년 6월 홍콩 행정장관에 오른 이후 2007년 연임에 성공했다. 임기는 2012년 6월까지다. ‘아시아 월드 시티(Asia World City): 홍콩’이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홍콩의 국제 이미지를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언제 끝날 것으로 보나.

“현재로선 아무도 알 수 없다. 아직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불확실성이 가장 큰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각국이 보호무역을 강화한다면 장기간 글로벌 침체에 빠질 것이다.”

-경제위기에 대한 홍콩 정부의 대처는.

“우선 은행 등 금융회사들의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단 금융사들이 안정되면 기업들의 도산 위험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 창출도 관건이다. 이를 위해 에너지 부문 등에서 10개의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젊은이들에게 취업 기회를 주기 위해 새로운 인턴제도도 준비하고 있다. 한국·일본 등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동아시아 지역에 새로운 금융체제가 생긴다면 새 일자리도 생겨날 것이다.”

-한국 등 아시아 주요 수출국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모든 경제 활동의 최종 단계는 소비다. 경제위기로 미국·유럽연합(EU) 등 거대 소비시장이 크게 위축됐다. 이 때문에 한국·일본·홍콩·싱가포르 등 아시아의 주요 수출국이 큰 타격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는 권역 내 경제활동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무역뿐 아니라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호 투자를 늘려 소비를 진작시키면 경제 회복을 앞당길 수 있다.”

-글로벌 위기가 중국 남부 최대 공업지대인 주장(珠江)삼각주에 미친 영향은.

“이 지역은 홍콩 인근에 있으며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곳이다. 홍콩뿐 아니라 중국 본토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소비시장 위축으로 이곳도 영향을 받고 있다. 하지만 2020년까지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한 친환경 산업단지로 개발하기 위해 홍콩도 대규모 투자를 할 것이다.”

-홍콩은 우수한 교육환경을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데.

“홍콩 정부는 전체 예산의 4분의 1을 교육 부문에 투자하고 있다. 정부의 가장 큰 의무 중 하나가 교육이기 때문이다. 이런 투자에 힘입어 홍콩대·홍콩중문대 등이 세계적인 대학으로 성장했다. 홍콩에는 국제학교가 58개나 있다. 외국 유학생들에 대한 혜택도 많다. 유학생들은 연간 최대 1만 달러의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또 정부가 인정한 교육기관을 졸업하면 1년간 홍콩에 거주하거나 취업할 수 있다.”

최익재 기자

◆도널드 창=홍콩 출신으로 1967년 공직 생활을 시작해 재정·통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 근무를 비롯해 총독실 정무비서장(89년), 무역청장(91년), 재정장관(95년), 정무총리(2001년)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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