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대표 진영은 14일 잔뜩 찌푸린 표정이었다.
李대표 장남 정연씨의 병역문제가 다시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당관계자들은 정연씨가 90년6월 서울대병원에서 병사용 진단서를 뗐고, 그로부터 8개월뒤 병역면제를 받을 때까지 5㎏이 줄어든 사실이 드러나 '고의감량' 의혹을 받게 되자 "또다시 홍역을 치르는 것 아니냐" 며 안절부절못했다.
하순봉 (河舜鳳) 대표비서실장은 진절머리가 났던지 "이제 그만 좀 하자" 고 소리쳤고, 이흥주 (李興柱) 대표비서실 차장은 "다 끝난줄 알았는데…" 라며 얼굴을 찡그렸다.
李대표 특보단은 이날 아침 이 문제를 집중 논의했지만 확실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채 고민만 교환하고 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회의 참석자는 "법률문제가 아닌 국민정서와 관계된 사안인 만큼 불길을 잡을만한 확실한 묘방은 없고, 당분간은 여론이 가라앉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많았다" 고 소개했다.
그는 그러나 "여론이 우리 희망대로 진정될 것인지 의문이며, 병역문제가 다시 돌출함에 따라 李대표의 지지율이 현재보다 더 떨어질 경우 일부 여권인사들이 대선출마를 시도하는등 당이 흔들릴 우려가 있으므로 큰 일" 이라고 걱정했다.
그러는 사이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신나게 공격하자 李대표측은 거의 온종일 해명과 반격에 매달렸다.
河실장은 "진단서에 체중이 50㎏으로 적힌 것만 봐도 정연씨가 저체중의 신체를 갖고 있다는 점이 입증된다" 며 "고의감량은 있을 수 없다" 고 수차례 강조했다.
고흥길 (高興吉) 수석특보도 적극적이었다.
"당시 50㎏이 면제기준이었는데 살을 빼 면제받으려고 했다면 조금만 줄이지 뭐하러 5㎏이나 빼겠느냐" "정연씨는 그 당시 박사학위논문 준비 때문에 상당히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만큼 5㎏정도는 충분히 빠질 수 있는 일" 이라고 옹호했다.
이사철 (李思哲) 대변인도 "정연씨가 입대를 앞두고 친구들과 상의하는 과정에서 '키에 비해 너무 말랐는데 군대에 갈 수 있겠느냐' 는 얘기를 듣고 자신의 건강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병원에 갔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고 되받아쳤다.
李대표측은 "야당이 법적.도덕적으로 아무 흠이 없는 이 문제를 계속 물고 늘어질 경우 국민은 신물이 난다고 반응할 것이므로 야당에도 득될게 없다" 면서도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이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