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강경파 득세로 핵문제 악영향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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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19일 오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한덕수 주미 대사의 영접을 받고 있다. 클린턴 장관은 20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북한 후계 구도 언급한 클린턴=클린턴 장관은 인도네시아 방문을 마치고 서울로 향하는 기내에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 문제를 둘러싼 북한의 위기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클린턴 장관은 아시아 순방을 수행 중인 외신기자들과의 회견에서 “북한의 지도부 상황이 불투명하다”며 “누가 김정일 위원장의 뒤를 이을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북한 핵문제에 대한 전략을 신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현직 국무장관이 북한의 후계 구도에 대해 공식 석상에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클린턴 장관의 발언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후계를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는 가운데 강경파가 득세할 경우 북한 핵 폐기 문제에도 심대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움직임 등 최근 동향이 심상치 않은 데 대한 경고를 표시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아프가니스탄 파병 문제도 관심=클린턴 장관의 방한 시점은 아프가니스탄에 미군 1만7000명을 증파키로 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과 맞물려 더욱 관심을 끈다. 오바마 대통령은 17일 해병대와 육군 스트라이커 여단 등을 파병하는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당초 3만 명 증파를 공언해 왔던 터라 전황에 따라서는 추가 파병도 예상된다. 이뿐만 아니라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반테러 전쟁 승리에 국제사회의 폭넓은 참여와 지지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클린턴 장관의 일본 발언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그는 17일 “일본 고위 관리를 초청해 아프가니스탄 지원 계획의 입안 단계에서 참여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자위대의 전투지역 출동을 금지한 헌법 규정 때문에 일본은 파병 요청을 피해 갈 수 있지만 한국에 대해선 궁극적으로 파병을 요청해 올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문제는 파병에 부정적인 여론이다. 2명이 숨진 채 돌아온 2007년 인질 사태의 기억도 파병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행여 군대를 보냈다가 희생자가 나면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 있다. 이를 감안한 정부는 클린턴 장관과의 회담에서 현재 의료진·직업훈련요원 24명이 나가 있는 아프가니스탄 지방재건팀(PRT) 인원을 3∼4배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힐 계획이다. 선제적으로 지원 확대 계획을 밝혀 파병 문제가 논의되는 것을 피해간다는 전략에서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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