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 추락사고 현장조사 사실상 마무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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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추락한 대한항공 801편 여객기에 대한 괌현지의 현장조사가 13일로 사실상 마무리됐다.

한미합동조사반은 다음주부터 현장에서 수집한 자료및 블랙박스 판독내용등을 종합해 사고원인을 분석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정부조사반이 건설교통부에 보고한 내용등을 종합하면 합동조사반은 현장에서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유추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들을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현장조사반은 이번 사고의 원인을 인적 요인과 기상악화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압축하고 있으며 인적요인 중에는 조종사및 관제사 (관제체계 포함) 의 실수나 판단오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상여건이 사고유발의 중요 요인중 하나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사고의 직접 원인은 결국 사람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유력하다는 시각인 셈이다.

사고당시 기상상태에 대해 항공전문가들은 주목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비행기 급강하를 일으킬 수도 있는 돌풍이 없었다는 사실은 생존 승객들의 입을 통해 입증됐다.

이같은 여건에서 조사반은 관제사의 실수에 우선 주목했을 가능성이 높다.

관제탑은 진입관제소로부터 공항관제소로 관제가 이양되는 이양점 (활주로에서 18㎞지점)에서 착륙허가를 내준 것으로 돼있다.

이때의 정상고도는 7백93m지만 보조날개의 각도가 30도인 점으로 볼때 사고기는 이보다 낮은 5백80m에서 착륙허가를 받은 후 니미츠 힐 (3백28m) 을 3백97 고도로 넘은 뒤 하강비행하다 2백15m의 구릉지점에서 충돌했을 가능성이 높다는게 항공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관제사는 저공비행 상태의 사고기에 한마디 경고도 없이 착륙허가를 내준 꼴이 돼 책임을 면키 어렵다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사고기는 왜 정상보다 낮은 고도로 착륙을 시도하다 지상과 충돌했을까. 이부분에서 조종사의 과실이 조심스레 대두된다.

현장을 둘러본 항공전문가들은 "충돌지점은 산이라고 볼 수도 없는 완만한 구릉으로 사고가 있었다는게 의아하다" 고 입을 모았고 NTSB측도 "보조날개가 30도 각도로 펴진 점과 현장상황등을 종합해 보면 사고기는 착륙단계였고 비행기는 조종사의 장악하에 있었다" 고 말하고 있다.

조지 블랙위원도 "기상레이더를 통해 수집한 자료 (디지털 도플러點) 등을 분석한 결과 사고 당시 폭우등 기상상태가 좋지 않았고 다른 조종사들로부터 '야간폭우시 구릉을 구름으로 착각하는 착시현상을 경험했다' 는 증언도 들었다" 고 밝혀 조종사 과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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