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키보이스'등 그룹 '2040' 결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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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해변으로 가요' 를 올해 여름 나온 최신 댄스가요로 알고 있는 신세대들이 많다.

디제이덕.아이스크림.말로등 4개 신인댄스그룹이 97년도판 '해변으로 가요' 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물론 이 노래는 68년 록그룹 키보이스가 불러 빅히트했고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 사실 '해변…' 말고도 요즘 댄스곡들은 달콤한 멜로디의 옛날 히트곡을 리메이크한 게 꽤 많다.

여기에 고무돼서인가.

아니면 몇년째 댄스곡만 양산해 온 가요계 풍토가 이런 재탕 사태를 불러왔다고 판단한 때문인가.

'해변…' 의 주인공들이 다시 그룹을 결성하고 음반을 내 눈길을 끈다.

키보이스와 그 후신 히파이브.히식스의 리더 김홍탁과 당시 멤버 조용남.정희택등 3명은 '사랑은 차가운 유혹' 등을 만든 작곡가 김기표와 함께 그룹 '2040' 을 결성하고 음반 '사랑?' 을 냈다.

암호같은 그룹명은 "마음은 20대, 몸은 40대" 란 뜻도 있지만 "20대부터 40대 모두 들을 만한 성인가요 그룹" 이란 의미가 더 강하다.

수록곡은 그런 취지에 맞게 10대용 컴퓨터음악을 철저히 배척하고 기타.드럼.피아노등 어쿠스틱으로만 연주됐다.

브라스 반주와 오르간 연주가 인상적인 타이틀곡 '사랑은 무슨 사랑' , 소프라노 색소폰 솔로연주가 돋보이는 'E.S.P - 네 눈빛만 보면' 등에서 알 수있듯 나이지긋한 뮤지션들답게 퓨전재즈를 지향한 음반이다.

"옛이름 팔려고 다시 나왔다" 는 이야기를 듣지 않기 위해 '해변으로 가요' 등 히트곡 리메이크는 일부러 피했고 50년대 송민도가 히트시킨 3박자 왈츠곡 '나 하나의 사랑' 한곡만 4박자 삼바리듬으로 새롭게 해석해 수록했다.

하지만 가을부터 시작할 콘서트에선 팬들의 요청을 예상해 '해변으로 가요' 를 특유의 사이키델릭한 분위기로 재연하는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고. '2040' 리더 김홍탁은 70년대 후반 히식스 해체 후 음반제작자로 변신, 앨범12장을 만들었으며 지난해 대중음악 전문교육기관 '서울재즈 아카데미' 를 설립해 강사 60명, 수강생 7백여명의 대형학원으로 키워냈다.

히파이브.히식스에서 기타리스트로 활약하던 조용남과 정희택은 각각 사업.미국내 그룹 활동을 해왔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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