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 추락참사] 괌 현지·서울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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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한항공 801편 추락사고 발생 6일째인 11일 괌 현지의 유가족들은 퍼시픽 스타 호텔 2층 합동분향소에서 전날밤 설치된 영정을 부둥켜안고 목놓아 통곡했다.

희생자들의 영정 1백90여개가 분향소에 6단으로 빼곡이 들어차 이번 참사의 엄청난 규모를 실감케 했으며 일부 유족은 흥분상태에서 자신의 가족을 쉽게 찾지 못하자 큰소리로 이름을 부르면서 분향소를 헤매는 소동을 빚었다.

국내로 이송된 부상자 일부는 악몽에 시달려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으며 식음을 전폐하고 오열하던 유가족들은 탈수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는등 고통스런 순간은 이날도 계속됐다.

*…11일 오전 합동분향소에 도착한 유족들은 희생자들의 사진이 검은 띠를 두르고 분향대에 모셔진 것을 보자 가족들의 모습이 다시 떠오른듯 울음을 터뜨렸다.

특히 영정이 모셔진 분향대 오른쪽 아래 구석에는 이제 갓 돌을 넘겼을 것으로 보이는 어린아이의 컬러사진 영정이 놓여 있어 이를 바라보던 자원봉사자와 적십자요원들도 참지 못하고 함께 눈시울을 적셨다.

*…유족들의 시신확인을 위한 사진 대조작업이 이틀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유족이 사진을 통해 시신을 찾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 (NTSB) 는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 NTSB측은 "시신의 손상정도가 심해 사실상 구별하기 어려운 상태" 라며 "유족들의 다급한 마음은 알겠지만 보다 정확을 기하기 위해 지문이나 치아기록.유품등이 일치할 경우에만 확인된 것으로 간주할 방침" 이라고 언급. 그러나 일부 유족은 "사진을 보니 우리 가족이 분명한데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니 너무한다" 며 안타까워했다.

*…사고 이후 간간이 소나기가 내린 것을 제외하고 줄곧 화창하던 괌 현지의 날씨가 11일에는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여러차례 쏟아져 사고현장 조사및 발굴작업에 큰 지장을 초래. 합동분향소의 유족중 한사람은 "이렇게 날씨가 안좋으면 시신들의 손상이 더욱 심해질텐데 어쩌면 좋으냐" 며 울먹였다.

*…시신발굴과 신원확인 작업이 계속 늦춰지자 유가족들 사이에서는 각종 유언비어가 난무. 내용은 "여객기가 운항 도중 기체결함이 나타나 유류를 대부분 쏟아냈다가 기름이 떨어져 내려앉았다" "추락직전 조종석에 불이 났다" "사고기가 사흘전에도 괌에 왔다가 폭풍우 때문에 사이판으로 회항했었다" 는등 사고원인과 관련된 것이 대부분. *…조양호 (趙亮鎬) 사장을 비롯한 대한항공 사고대책반은 11일 오전 사고현장을 방문, 시신발굴작업과 사고조사작업을 지원. 趙사장은 "사고기 조종석에는 기장의 모자와 조종매뉴얼이 펼쳐진채 흩어져 있었고 1등석에는 수건.화장품등 희생자들의 유품이 널려 있었다" 고 현장상황을 설명. *…12일 오전에는 유해들을 수송할 관 1백73개가 미 시카고에서 괌으로 긴급 수송될 예정. 대한항공측은 "괌에서는 2백20여구에 달하는 시신을 모실 관을 구하기가 어려워 특별화물기로 미국에서 관을 주문했다" 며 "이 관은 유족들이 가족의 시신을 확인해 한국으로 귀환할때 제공될 계획" 이라고 밝혔다.

*…국립의료원에 입원중인 부상자 가운데 일부는 정신적 충격으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등 고통을 겪고 있다.

사돈간인 이판석 (李判錫.55.교사.광주시남구봉천동) 씨와 김재성 (金再成.60.광주시북구용봉동) 씨는 가족 5명을 한꺼번에 잃은 아픔 때문에 악몽으로 하룻밤에 서너번씩 잠을 깬다는 것. 김창현 (金昌鉉) 정신과장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증세를 보이는 환자에 대해서는 외과치료와 함께 안정제 투여.면담등 정신과적 치료도 병행하고 있다" 고 설명.

*…한강성심병원에 입원치료중인 화상 환자들은 10여일후 화상부위에 대한 피부이식 수술을 받을 예정. 이 병원 일반외과 의사 金정진씨는 11일 "피부이식 수술이 필요한 환자의 경우 입원후 보통 2주일 정도 상태를 지켜본후 수술에 들어간다.

3도 화상의 부상자들도 피부이식을 할 예정" 이라고 말했다.

김상우.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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