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맞지않는 일기예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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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날씨를 미리 알아내는 것은 선사 (先史) 시대부터 인간생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였다.

느닷없는 천재지변이 인명과 재산에 막대한 피해를 안겨주곤 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과학적 방법이 아닌, 순전한 경험법칙에 의거해 날씨를 예측했고 그에 따라 일을 하든가, 대피하는 지혜를 터득했다.

기원전 3세기 이전의 바빌론 점토판에는 "태양에 해무리가 생기는 때에는 비가 내린다" 는 기록이 남아있고, 고대의 그리스인들은 1년간 매일의 평균 날씨를 석판 (石板)에 새긴 특별한 달력을 만들었다.

경험법칙에 따른 그들의 기상예측은 맞을 때보다 틀릴 때가 더 많았겠지만 기상위성과 컴퓨터 등 온갖 과학적 장비가 동원되는 오늘날의 기상예보도 틀릴 때가 많고 보면 그들의 방식은 놀랄만한 데가 있다.

한데 첨단 과학장비를 총동원하고서도 일기예보가 자주 빗나가는데는 몇가지 까닭이 있다.

첫째는 대기권의 전층 (全層) 이나 도달하기 어려운 지역의 기상관측이 완전하지 않다는 점. 둘째는 일련의 대기현상의 원인과 결과, 그리고 연속성에 대한 지식이 아직 충분치 못하다는 점. 셋째는 예보작성의 근거가 되는 방대한 양의 정보를 최소한의 시간에 처리할만한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 등이다.

그래서 20여년전부터 세계 여러나라의 생물공학자들은 생물과 주위환경의 상호작용에 관한 데이터를 기초로 일기예보의 정확도를 높이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예컨대 폭풍우가 몰아치기 훨씬 전에 돌고래는 바위 뒤로 피난하고, 고래는 먼 바다로 나가며, 해파리는 연안의 안전한 곳으로 몸을 숨기는 따위의 현상이다.

특히 물고기는 날씨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데 메기는 반드시 폭풍우가 몰아닥치기 전에 수면 위로 떠오르며, 미꾸라지의 한 종류는 날씨가 좋을 때는 수조 밑바닥에 정지해 있는데 헤엄치기 시작하면 반드시 하늘에 구름이 낀다는 것이다.

터무니없는 이야기같지만 생물공학자들은 일기예보가 빗나갈 때마다 이 방식의 신뢰성을 강조하고 있다.

괌 참사 때도 추락현장의 폭우와 짙은 구름은 예보되지 않았고, 강풍과 호우를 동반해 큰 피해가 우려된다던 지난 주말의 제11호 태풍 티나는 다행스럽게도 큰 탈 없이 동해로 빠져나갔다.

'맞는 예보' 를 위해선 좀 더 다각적인 연구가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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