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함지훈 승부 뒤집고 김효범 승리 못박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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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는 쪽(모비스)이 덤비는 쪽(삼성)보다 더 강했다.

모비스가 18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삼성과 경기에서 84-77로 이겼다. 함지훈(사진)의 포스트 플레이와 김효범의 3점포가 삼성을 쓰러뜨렸다. 모비스는 이로써 26승15패를 기록, 2위 자리를 위협하던 삼성을 3경기 차로 따돌리고 2위를 굳게 지켰다.

정규리그 2위는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한다. 이 때문에 2위를 향한 경쟁이 치열하다. 모비스가 만약 삼성과 맞대결에서 졌다면 1경기 차로 추격을 당할 판이었다. 게다가 모비스는 이날 상황도 좋지 않았다. 부상으로 빠진 오타디 블랭슨 자리를 메우기 위해 영입한 대체 외국인 선수 저스틴 보웬이 첫선을 보이는 날이었기 때문에 조직력을 장담할 수 없었다.

울산 경기에서 모비스 김효범(右)이 삼성 이상민이 보는 앞에서 덩크슛을 하고 있다. [울산=뉴시스]

양팀의 신경전은 팽팽했다. 3쿼터 도중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심판이 보웬의 네 번째 파울을 선언하자 격렬하게 항의했다. 안준호 삼성 감독도 이에 질세라 곧바로 심판을 불러 거세게 맞섰다. 조금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벤치의 기 싸움이었다. 양팀 선수들이 사력을 다해 수비하는 코트 위도 전쟁터였다. 보웬과 삼성 이상민이 5반칙으로 퇴장당했고, 주전 대부분이 파울 3개 이상을 안고 뛰었다.

경기 전 안 감독은 취재진으로부터 “다른 팀들이 삼성 썬더스를 삼성 ‘레더스’라고 부른다”는 농담을 들었다. 삼성의 공격이 레더에게 집중되는 것을 비꼰 말이다. 안 감독은 “우리 팀을 이기고 나서나 그런 이야기를 하라고 전하라”며 큰 소리쳤다. 안 감독이 미처 계산하지 못한 것은 함지훈(15점·5도움)이라는 모비스의 ‘보물’이었다. 그는 2·3쿼터에 나와서 팀 분위기를 바꿔 놓는 등 영리한 골밑 플레이로 삼성을 압도했다. 1쿼터까지 14-22로 뒤졌던 모비스는 2쿼터 함지훈이 투입되자 역전했다.

삼성은 함지훈을 막기 위해 더블팀 수비를 붙였다. 그러자 함지훈은 외곽으로 절묘하게 패스를 내줬다. 그의 패스를 받은 김효범(20점·3점슛 4개)과 박구영(12점·3점슛 2개) 등이 3점포로 화답했다. 함지훈은 상대 수비의 틈이 생기면 놓치지 않고 골밑슛을 성공시켰다. 3쿼터에는 삼성의 공격을 책임지는 레더가 함지훈에게 달라붙어서 수비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모비스 승리의 마침표는 김효범이 찍었다. 삼성은 2쿼터 이후 모비스에 끌려가다가 4쿼터 종료 1분15초 전 레더(35점·16리바운드)의 슛으로 74-75까지 따라 붙었다. 결과를 점칠 수 없는 상황에서 종료 53.5초 전 김효범의 3점포가 깨끗하게 림을 갈랐다. 이날의 혈투는 여기서 끝났다.

한편 KT&G는 대구 경기에서 오리온스를 92-91로 어렵사리 이겼다. 오리온스는 딜리온 스니드가 마지막에 얻은 자유투를 놓치면서 역전 기회를 날렸다. 6위 KT&G는 7위 전자랜드에 1경기 반 차로 달아났다.

 이은경 기자, 울산=오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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