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는 쪽(모비스)이 덤비는 쪽(삼성)보다 더 강했다.
정규리그 2위는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한다. 이 때문에 2위를 향한 경쟁이 치열하다. 모비스가 만약 삼성과 맞대결에서 졌다면 1경기 차로 추격을 당할 판이었다. 게다가 모비스는 이날 상황도 좋지 않았다. 부상으로 빠진 오타디 블랭슨 자리를 메우기 위해 영입한 대체 외국인 선수 저스틴 보웬이 첫선을 보이는 날이었기 때문에 조직력을 장담할 수 없었다.
울산 경기에서 모비스 김효범(右)이 삼성 이상민이 보는 앞에서 덩크슛을 하고 있다. [울산=뉴시스]
경기 전 안 감독은 취재진으로부터 “다른 팀들이 삼성 썬더스를 삼성 ‘레더스’라고 부른다”는 농담을 들었다. 삼성의 공격이 레더에게 집중되는 것을 비꼰 말이다. 안 감독은 “우리 팀을 이기고 나서나 그런 이야기를 하라고 전하라”며 큰 소리쳤다. 안 감독이 미처 계산하지 못한 것은 함지훈(15점·5도움)이라는 모비스의 ‘보물’이었다. 그는 2·3쿼터에 나와서 팀 분위기를 바꿔 놓는 등 영리한 골밑 플레이로 삼성을 압도했다. 1쿼터까지 14-22로 뒤졌던 모비스는 2쿼터 함지훈이 투입되자 역전했다.
삼성은 함지훈을 막기 위해 더블팀 수비를 붙였다. 그러자 함지훈은 외곽으로 절묘하게 패스를 내줬다. 그의 패스를 받은 김효범(20점·3점슛 4개)과 박구영(12점·3점슛 2개) 등이 3점포로 화답했다. 함지훈은 상대 수비의 틈이 생기면 놓치지 않고 골밑슛을 성공시켰다. 3쿼터에는 삼성의 공격을 책임지는 레더가 함지훈에게 달라붙어서 수비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모비스 승리의 마침표는 김효범이 찍었다. 삼성은 2쿼터 이후 모비스에 끌려가다가 4쿼터 종료 1분15초 전 레더(35점·16리바운드)의 슛으로 74-75까지 따라 붙었다. 결과를 점칠 수 없는 상황에서 종료 53.5초 전 김효범의 3점포가 깨끗하게 림을 갈랐다. 이날의 혈투는 여기서 끝났다.
이은경 기자, 울산=오명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