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펀드, 원화가치 하락에 2중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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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해외펀드 투자자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통화가치 변동에 대비해 환헤지를 한 투자자일수록 타격이 크다.

18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 변동에 대한 대비(환헤지)를 전혀 하지 않은 해외펀드 투자자의 연간 수익률은 투자금 전액을 헤지한 투자자보다 51%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엔화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은 헤지 여부에 따라 수익률 격차가 무려 77%포인트나 벌어졌다. 유로화를 기준 통화로 하는 펀드에 가입한 경우는 이 격차가 32%포인트였다.

현재 해외펀드의 연평균 수익률이 -46%인 점을 감안하면 환헤지를 하지 않았으면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는 얘기다. 헤지를 하지 않은 펀드는 환차익을 보지만, 환헤지형은 환차익을 전혀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부 환헤지 펀드는 선물환 계약에 따른 비용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원금을 모두 날리고도 추가 손실이 날 수 있다.

가입자가 환헤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삼성글로벌Water주식종류형자’의 경우 환헤지형의 1년 수익률은 -42%였지만, 환헤지를 하지 않은 환투자형은 -12%였다. ‘푸르덴셜유로주식자’도 환헤지형이 -43%, 환투자형은 -20%였다.

조완제 삼성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최근 환헤지 비율이 낮아져 일부 상쇄된 면이 있으나, 신흥시장 전반의 통화가치 하락과 주가 하락이 맞물리면서 손실 폭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단기적인 통화가치 변동에 지나치게 반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펀드는 장기 투자 상품이고, 환매 시점의 환율이 중요하다”며 “오히려 이번 기회를 환투자형 펀드에 가입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삼성증권은 이날 원화가치 하락이 반드시 나쁘지만은 않은 국내 주식을 추천했다. 일본과 경쟁 관계에 있는 전기·전자·자동차·기계 업종을 눈여겨보라는 조언이다. 김진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하이닉스·현대차·삼성전기·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POSCO·LG화학이 상대적으로 수혜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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