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양반이…’ YS, 고 김수환 추기경 조문 발언 구설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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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전 대통령이 고(故) 김수환 추기경을 조문하는 자리에서 ‘이 양반’이라는 표현을 썼다가 네티즌 사이에서 구설수에 올랐다.

김 전 대통령은 17일 명동성당에 안치된 고(故) 김수환 추기경을 조문한 자리에서 취재진들이 소감을 묻자 “이 양반의 힘이 우리가 박정희, 전두환 군사독재와 싸우는데 큰 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같은 표현이 방송에 나가자 네티즌들은 ‘고인에 대한 예의 없는 언행’이라며 비난하는가 하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위치’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다음 아고라 토론방의 필명 ‘레스베라트롤’은 ‘이 양반’ 발언에 대해 “김수환 추기경이라고 호칭을 해주면 안되는 것인가”라며 “진짜 ××한 양반의 입에서 나오는 단어의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네티즌도 “‘이 양반’이라는 표현은 친구 사이에서도 사용하기가 조심스럽다. 추기경이 YS의 친구인가?”라며 “길에서 모르는 사람끼리 시비붙었을 때나 ‘이 양반이…’라는 표현을 쓴다”고 꼬집었다.

YS 발언을 옹호하는 발언도 있었다. 네티즌은“‘이 양반’이란 표현은 높임말이다. 표현이 적절하다, 적절하지 못하다 단정할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가 화나서 쓸 때의 ‘이 양반아’ 하는 표현과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김 전 대통령은 1983년 민주화를 요구하며 23일간 단식투쟁을 하다 김 추기경을 만났던 일화를 떠올리며 “내가 단식을 23일간 했을 때, 그때 ‘이 양반’이 강력하게 기도하고, 나에게 강조한게 김총재가 돌아가고 나면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누가 하느냐”고 말했다면서 “그때 ‘이 양반’의 이야기가 23일간의 단식을 끝내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 재임시절 김 추기경이 여러차례 찾아와 노동자 보호에 애착을 가졌다며 “대통령때는 ‘그 양반’이 청와대 여러번 왔었다. 그렇게 대단한 문제가 아니었는데도 노동자 하나가 갇혀도 찾아오고, 그래서 내가 가능하면 그 분의 부탁을 다 들어주었다”고 말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양반’은 천민의 반대되는 신분이라는 뜻 외에 ‘점잖고 예의 바른 사람’이라는 뜻과 ‘남자를 범상히 또는 홀하게 이르는 말’이라는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양반’이라는 표현은 면전에서 부를 경우, 우리가 일반적으로 부르는 상대를 평범하게 보고 호칭하는 것이고, 제3자를 호칭할 경우 또래나 다른 호칭이 애매한 상대에 한하여 사용한다는 게 국립국어원의 해석이다.

국립국어원 조태린 연구원은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김영삼 전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김수환 추기경을 ‘이 양반’이라고 호칭한 것은 일부러 낮추어 부르기 위한 표현은 아닌 것 같다”면서, 그러나 “또래나 호칭하기 애매한 상대를 가리켜 부르는 것이기에 이번 상황에서의 경우 적절한 표현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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