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추기경 사랑 따라하자” 장기기증·봉사 문의 빗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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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개포동에 사는 이강봉(60)·권윤화(59)씨 부부는 17일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에 전화를 걸었다. 부부가 모두 각막 기증을 하고 싶으니 신청서를 보내 달라고 했다. 이 부부가 갑자기 각막 기증을 결심한 계기는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善終)이었다. “각막까지 베풀고 떠나시는 모습에 감동해 아내에게 권했지요. 아내도 ‘부부가 기증하면 네 사람이 빛을 보게 된다’며 흔쾌히 동의했습니다.”(이씨)

김수환 추기경은 지금도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고 있다. 추기경이 생전에 베푼 사랑을 잊지 말고 실천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장기기증단체와 봉사단체에는 17일 참여 문의가 급격히 늘었다.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엔 이씨 부부같이 기증을 신청하는 전화가 17일 하루에만 100여 건이 걸려 왔다. 하루 평균 30여 건의 전화가 걸려 오던 평소보다 훨씬 많은 숫자다. 이지선 홍보팀장은 “평소 기증을 생각해 왔는데 추기경님의 선종을 계기로 실행에 옮기고 싶다는 이가 많다”고 말했다.

천주교자선단체 ‘한마음한몸운동본부’도 이날 장기 기증 문의가 부쩍 늘었다. 윤경중 생명운동부장은 “곧 시작되는 사순절에 추기경의 정신을 본받자는 생명 나눔 캠페인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봉사활동을 생각하는 이도 많다. 안과의사 김연덕(33)씨는 “추기경님에 대한 기사를 읽으며 의료 봉사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의료기관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나눔의 물결을 보며 지난해 초 장기 기증 바람을 일으키고 숨진 권투선수 최요삼(당시 34세)씨를 떠올리는 이도 많다. 곽금주(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유명한 이들의 감동적인 선행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를 모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서도 추모 캠페인=추기경의 일생이 재조명되며 고인의 전기와 신앙고백록·명상록 등도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 인터파크에선 17일 오전에만 『추기경 김수환 이야기』 등 추기경 관련 도서가 200권 가까이 팔렸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같은 날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김수환 추기경의 신앙과 사랑』이 품절돼 추가 주문을 해 놓은 상태다. 『…신앙과 사랑』을 출판한 가톨릭출판사의 이제영 영업관리국장은 “전국 서점에서 주문이 빗발쳐 2만 부 재판 인쇄에 들어갔다”며 “1600여 부 남은 재고는 오늘 안에 다 팔릴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인터넷 토론방도 추기경의 선종 앞에선 시종 숙연했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방 아고라에선 추모 헌화 캠페인에 17일 오후 5시까지 2500여 명이 참여했다. 조인스(www.joins.com)에는 ‘영원히 우리 가슴 속에서 가르침이 울려 퍼질 것’(김형복), ‘한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소임을 다 하셨다’(신수지)는 등 수백 건의 추모 댓글이 달렸다.

임미진·장주영·이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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