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치 연일 급락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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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원화가치가 6일 연속 하락하면서 두 달여 만에 달러당 1450원대에 들어섰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28원 하락한 1455.5원에 거래를 마쳤다. 9일 이후 6거래일 동안 74.5원이 떨어진 것으로 지난해 12월 5일(1475.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원화가치가 하락하는 이유는 최근 발표되는 국내 경제지표들이 나쁜 데다 국제 금융시장도 불안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무역수지 적자는 33억5600만 달러에 달했고, 취업자 수는 10만3000명 감소했다. 여기에다 올 들어 국내 주식을 사들이던 외국인들이 최근 주식을 팔고 있다. 외국인들이 주식을 판 돈을 달러로 환전하면 달러 수요가 늘어나 원화가치가 떨어지는 원인이 된다. 외환은행 경제연구팀 강지영 연구원은 “세계 경제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자금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국내 경제성장률이나 무역수지가 나쁘게 나온다면 원화가치는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우리은행이 5년 전에 발행한 4억 달러 규모의 외화후순위채를 조기 상환하지 않고 만기를 5년 더 연장키로 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외화후순위채권은 5년째 중도 상환을 하는 것이 관례인데 이를 따르지 않아, 외국 투자자에게 국내 은행들의 외화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는 인식을 줬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증권 이창욱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대주주인 은행이 국제 관행을 따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앞으로 국내 은행들이 외화자금을 들여올 때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김기린 공보팀장은 “중도 상환을 하고 새로 채권을 발행하려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금리 부담이 너무 컸다”며 “유럽의 대형 은행도 중도 상환을 하지 않은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외환시장의 불안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날 ‘외환시장의 3대 궁금점과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원화가치가 약세를 보이는 것은 국내 은행들이 갚아야 할 단기 외채가 남아 있고 무역수지가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진정되는 올 하반기엔 원화가치가 달러당 1100원대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를 쓴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금융회사들이 외화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을 하고 외국환평형기금채권도 추가로 발행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서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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