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이야기]선글라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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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패션소품으로 너 나 없이 애용하는 선글라스. 하지만 그 시초는 눈의 표정을 감추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15세기초 중국에서 권위와 체통을 중시하는 재판관이 검은 안경으로 상대를 제압하고 재판과정 내내 자신의 심경의 변화를 보안에 붙이기 위해서 사용했다는 것이다.

원래 안경 자체가 손아랫 사람에 대한 위엄의 표시를 지니고 있었는데 19세기초 남성들에게 유행했던 외눈 안경 역시 하인이나 가게 점원들을 겁주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됐었다.

안경의 렌즈를 검게 그을려 쓰곤 했던 관습이 현대적인 선글라스로 본격 제품화된 것은 1937년 보슈롬사가 내놓은 '레이 밴' 이라는 이름의 상품이다.

미국 공군소속 존 맥그레이 중위가 대서양 무착륙횡단 비행을 시도하면서 태양광선과 구름의 반사광선으로 인한 심한 두통과 구토.시력 상실때문에 기능적인 의미의 선글라스를 보슈롬사에 의뢰한 것이다.

선글라스에 패션성이 가미되기 시작한 것은 70년대, 패션에서 토털 코디네이션의 중요성을 의식한 세계 유명 디자이너들이 생산에 참여하면서부터다.

디자이너 라벨이 붙여진 비싼 가격의 선글라스는 눈이 커보이는 심리적인 충족감과 가시적인 신분상승의 욕구가 맞물려 할리우드 스타들에 의해 급속히 대중화됐다.

80년대에 접어들며 패션의 다양화.개성화 바람을 타고 선글라스 디자인 개발에 박차가 가해졌다.

얼굴형에 맞는 안경테와 렌즈 색상이 수없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확실히 튀어야 산다' 는 90년대. 선글라스는 눈의 표정을 감추거나 시력을 보호하기 위한 기능보다는 자기도취적인 스타일을 연출하기위한 패션소품으로, 천 (千) 의 표정을 연출하기 위한 4계절용 액세서리로 굳건히 자리를 굳히고 있다.

윤혜숙 (패션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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